▲ 민주노총 정치방침 및 총선방침 수립을 위한 제77차 임시대의원대회가 14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내년 총선에 진보정당과 공동 대응하고 2026년 지방선거까지 연합정당을 건설하는 내용의 총선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했다. 10여년간 부재했던 정치방침도 함께 수립해 사회변혁을 목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77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정치방침 및 총선방침 수립 건을 의결했다. 재적 대의원 1천848명 중 957명(51.8%)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과반 성원을 채우지 못해 원래 예정됐던 오후 1시보다 밀려 2시20분께 시작됐다.

투표 대의원 82.5% 찬성 확정
10여년 공백 정치세력화 방침 수립

대회에 안건으로 오른 총선방침안은 진보 4개 정당과 합의를 통해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후보단일화나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총선 이후 공동 대응기구를 구성하고 2026년 지방선거에서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활동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보수 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이나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해 지지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치방침은 직접정치·광장정치를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 수준과 단결을 높여 노동중심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다. 지난 5~6일에 이어 12일 속개한 1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치·총선 방침안을 마련했다.

정치·총선 방침 마련은 10여년간 공백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 수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한 뒤 뚜렷한 정치방침을 세우지 못해 선거 때마다 혼란을 반복해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초 민주노총은 4월 임시대대에서 정치·총선 방침을 확정하려 했으나 내부 이견이 커지면서 토론만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정치·총선 방침 ‘공백’에서 벗어나 대리주의·의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서로 간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통합을 추진하게 되면 진보정당 분열 같은 과거의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부딪혔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이후 중앙집행위에서 논의기구를 구성해 8월까지 안을 마련하고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대회에서 정치방침 문구 중 “민주노총은 아래로부터의 힘을 모아 내는 방식으로”라는 표현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나왔다. 허원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이 “아래가 있다면 위가 있다는 의미인데 위아래를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장과 지역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대의원 논의 끝에 “현장과 지역의 힘을 모아 내는 방식으로”라는 문구로 변경했다.

“기득권 양당정치 종지부 찍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나아가야”

이날 현장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 대의원 933명 중 770명(82.5%)이 찬성해 확정됐다.

표결에 앞서 현장 토론에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오갔다. 박성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이번 방침도 사실상 정파의 주장과 언어를 섞어 놓은 것이어서 (중집에서) 합의는 됐지만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마트노동자들은 의무휴업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이제는 현장과 거리에서만 싸우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며 진보정치 단결을 이뤄내고, 지긋지긋한 기득권 양당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의견과 토론 속에서 공통점과 이견도 확인했고 서로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도 현실”이라며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노동자·민중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암울한 시대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관련 특별결의문을 채택한 뒤 대의원대회를 종료했다.

민주노총은 특별결의문에서 “2024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과 불평등체제 전환 투쟁을 강화해 보수 양당체제를 타파하고 진보정치세력이 위력적인 대안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할 것”이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투쟁과 철도 민영화 반대, 공공성 강화 투쟁에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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