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열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2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총선 방침을 결정하지 않고 토론만 진행하기로 했다. 최종 방침은 빨라도 8월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직권상정한 ‘노동자 중심의 진보대연합정당’ 건설 관련 정치·총선 방침을 심의할 예정이었는데, 내부 찬반 논란이 격화하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24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76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23년 총파업기금 조성과 규약 개정을 비롯해 정치·총선 방침 토론을 한다. 지난 20일 열린 민주노총 중집에서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 10시간 동안 이어진 논의 끝에 당초 안건이었던 정치·총선 방침 ‘수립’을 ‘토론’으로 변경했다. 또한 임시대대 이후 중집에서 논의기구를 구성해 8월까지 중집안을 마련하고, 정치방침 및 내년 총선방침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하기로 했다.

임시대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2024년 민주노총 총선방침(안)’은 내년 총선에서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정당을 만들어 지역·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총선을 치르고 나서 당선자가 기존 소속 정당 복귀를 원하는 경우 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총선방침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각 진보정당과 지지자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과,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부딪쳤다. 일각에서는 안건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명을 돌리기도 했다. 찬반이 팽팽한 상황에서 위원장안으로 안건 표결을 강행했을 때 집행부 입장에서도 이후 심화할 갈등과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안건이 공지된 상황에서 실현할 수 없게 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단결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는 합의가 이뤄진 점은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24일 대의원대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총선방침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이 그동안 진행해 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 변화·혁신을 위한 진단과 반성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경수 위원장 안에 반대해 온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반대 의견을 존중해 토론으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며 “연합정당으로 갈 건지 아닌지를 넘어, 우리가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열어 놓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게 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보다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된 수준만큼 함께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오히려 정치세력화를 빠르게 이루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 안에 찬성해 온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전의 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치열한 토론이 돼서 (진보정당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을 다시 만들어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