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정치·총선방침 수립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76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대응을 위한 정치·총선방침을 토론했다. 이와 함께 △2023년 총파업투쟁기금 조성 △임원선거 관련 규약 개정안을 논의하고 윤석열 정부 규탄 및 투쟁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대회는 재적 대의원 1천856명 가운데 의결정족수 929명보다 3명 많은 932명이 참여해 성사했다.

정치·총선방침은 10여년간 공백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을 수립하고, 진보대연합정당을 출범해 2024년 총선에 참여하는 게 뼈대다. 당초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번 임시대대에서 정치·총선방침을 의결하기로 했으나 민주노총 내 의견그룹 간 이견이 많아 토론안으로 수정해 상정했다. 토론 뒤 각 그룹이 참여한 논의기구를 만들고 임시대대를 소집해 결론을 낼 계획이다. 상정안에는 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정치위원회는 8월 임시대대를 제안했다.

대의원 토론 뒤 8월 임시대대 결정안
“절차·형식보다 내용 토론하자” 호소에 겨우 상정

정치·총선방침 논의는 첫발을 떼기도 쉽지 않았다. 일부 대의원은 의결이 아닌 토론 안건 상정은 4월 임시대대를 열고 정치·총선방침을 정하기로 한 올해 2월 75차 정기대대 결정에 반한다며 의결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또 다른 대의원은 7월 총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이견이 많은 정치·총선방침 논의는 그 자체로 분열 우려가 있다며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규정상 보고·의결·토론 안건을 엄밀히 규정하지 않는다”며 “상정 절차를 둘러싼 절차적이고 형식적 논의보다 내용에 대해 대의원이 열린 토론을 벌여 주길 부탁드린다”고 설득해 간신히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 찬반 양쪽은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했다. 반대토론을 한 대의원 ㄱ씨는 특정정당의 패권주의를 우려했다. ㄱ씨는 “진보대연합정당을 말하기에 앞서 현재 진보 4당이 왜 분열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분열 당시에도 패권주의가 작동했고, 그로 인해 분열한 뒤 여전히 갈등의 골이 깊어 이에 대한 반성과 분석이 먼저다”고 지적했다.

반대토론자로 나선 또 다른 대의원 ㄴ씨는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때렸는데 지지율이 올랐다”며 “때리는 정부가 아니라 맞는 우리를 싫어하는 게 국민의 정서인데 이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정치세력화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진보 4당에 헤쳐모이라고 할 권한도 없다”며 “민주노총이 120만명 울타리 안에서 투쟁하기보다 1천2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민중을 아우를 정체세력화를 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반대 “노조 혐오 국민정서 극복이 정치세력화“
찬성 “노조활동 불법화, 저항 투쟁, 통합이 용기 줘”

찬성토론자들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역량을 강조했다. 대의원 ㄷ씨는 “급식노동자로서 현장에서 단식과 농성 등 가열찬 민주노동 운동을 벌이고 있고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위한 국회청원도 10만명을 넘겼으나 제도권 어느 국회의원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매년 단식하고 울고불고 규탄하기보다 진보대연합정당으로 단결해 힘을 키우는 게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찬성토론자는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대항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의원 ㄹ씨는 “윤석열 정부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로 (건설노조) 노조활동이 전면 부정되고 불법화됐다”며 “조합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이 모두 경찰의 수사대상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진보대연합정당은 조합원에게 희망과 투쟁의 용기를 줄 것”이라며 “총파업과 진보대연합정당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언자의 열기가 더하는 것과 반비례해 대의원 다수가 이석하면서 빛이 바랬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가 끝난 뒤 “8월까지 논의를 미루자고 한 것은 시간을 벌자는 게 아니라 정말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며 “노동절 투쟁을 비롯해 산적한 투쟁이 있어 만만치 않지만 주경야독하듯이 낮에는 투쟁하고 밤에는 토론해 정치세력화 답을 내려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말 위원장 선거 대비 규약 개정

한편 민주노총은 투쟁기금 조성과 규약개정을 모두 의결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기금 46억원 조성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부위원장의 임기를 선출직인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과 일치시키고, 가맹조직 의무금과 맹비 납부 의무를 선거권과 연계해 강화하는 규약 개정도 표결 결과 투표 1천211명, 찬성 979명, 반대 229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맹비 미납에 따라 올해 연말에 있을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앞둔 선거권 논의라 수정안으로 가결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5~7월 집중 투쟁을 결의했다. 결의문에서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주주의, 민생,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 의지와 동력을 가진 민주노총은 범국민적 반윤석열 투쟁의 주력 대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일할 권리와 노동권 투쟁 △우크라이나전쟁 종식, 한반도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투쟁을 강조했다.

이재·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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