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의 노정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제 임기 1년이 갓 지났는데 양대 노총에게 “심판” “퇴진” 대상이 됐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앞세워 ‘노조 때리기’로 일관했다. 지난달 1일 노동절에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사망한 데 이어, 같은달 31일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유혈진압 사태에 이르렀다. 사회적 대화는 1년 내내 실종상태다. 정치를 해야 할 여당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법치를 앞세운 대통령실만 보인다는 지적이 높다.

노동계 출신 정부 고위관계자나 정치인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김형동(48·사진) 국민의힘 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을 거쳐 국민의힘 소속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고향인 경북 안동·예천이 지역구다. 노동 변호사로 살아 온 김 의원의 선택에 주위는 놀랐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했으나 후반기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노동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를 선택했다. 현재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당 노동위원장에 임명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형동 의원을 만났다. 노동현안 관련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는 연윤정 선임기자·논설위원이 했다.

- 환노위 소속으로 지난 1년을 보냈다. 그 1년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후퇴·실종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저것 봐라.”

김 의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4월 한국노총을 찾아 방명록에 남긴 글을 담은 액자다.
‘노동가치의 존중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양대 노총과의 갈등, 일부의 문제

“민주노총 최대 산별 중 하나인 금속노조 자동차·조선업에서 윤 정권과 갈등이 있나.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민주노총 주력 노조와 특별한 갈등이 없다. 또한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파업한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석유화학이 주력인 울산이나 인천에서 (노동자들의) ‘못 살겠다, 갈아 보자’ 이런 이야기 못 들어봤다. 일부 노동계와 갈등하거나 접근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 노동계와의 관계에서 산업현장 혼란이 가중된 사례는 없지 않은가.”

- 양대 노총 모두와 갈등을 겪고 있지 않나.
“총연맹 중 일부다. 큰 조직이다 보니 당연히 100% 좋을 수는 없다. 일부에서 갈등이 지속되다 풀리기도 하고, 다른 쪽은 좋아지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걸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사건에 대한 평가는 자유지만, 객관적으로는 쟁의행위 건수나 파업 손실일수 같은 수치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

“노동시간정책, 문 정부보다 낫다”
“정부 자료에 ‘69’라는 숫자 없어”

- 여당은 지난달 노동개혁특위를 발족하고 당 차원에서 직접 노동개혁 컨트롤에 나섰다. 가장 핵심인 이른바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은 8월 보완입법을 통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국민 설문조사(FGI)를 하고 있다고 하지 않나. 정기국회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안을 발표한다고 했다. 특위에는 다양한 주제가 포섭돼 있고 노동시간 부문도 언젠가는 이야기를 할 거다. 현재로서는 FGI를 통해 포괄임금을 포함해서 정부와 정치권이 몰랐던 부분을 소상히 확인해서 보고한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 한다.”

- 의원도 논의 초반엔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주 64시간이 맥스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짐작하는 것이다. 산재 인정기준이니까. 건강권과 조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권 보장이란 면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시간이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면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은 65~70점이라고 본다. (문 정부의) 탄력근로제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겨도 할증임금을 주지 않고, 3개월 미만 단위에는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을 주지 않는다. 반면 (윤 정부의) 홀딩된 근로시간 총량관리제에서는 할증임금을 주고 11시간 연속휴게시간도 준다.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되 정당한 임금과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동자들이 골병들게 한다는 취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정부 방안에서는 주 64시간 기준으로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64시간은 안 주고 69시간은 준다? 정부 자료에 69시간이라는 숫자는 안 들어가 있다. 답변하면서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답을 했던 것 같다. 윤 대통령도 건강권을 고려했을 때 60시간을 오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 69시간 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근기법 5명 미만 적용 “안 되는 것도 있어”

-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를 노동개혁특위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라서 특위가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특위에서도 본격적으로 이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는 근로자대표 선출방식에 관해 논의했는데 5명 미만 사업장에는 불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언론에서 보도한, 어떤 것은 들어가고 어떤 것은 빠지고, 이런 식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 경사노위가 정상으로 돌아가서 의견을 토스하면 우리가 검토할 수 있다.”

- 법률가 출신으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에 대한 입장은.
“경사노위가 됐든 노동부가 됐든 진일보한, 사회가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적용과 관련해 충실한 논의가 되리라 본다. 윤 대통령도 5명 미만 사업장을 직접 살펴 봐 달라고, 노동약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꾸준히 말씀하셨다.”

- 그래서 전면적용에 대한 입장은.
“전면적용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다만 가급적 많은 것을 담아야 할 것 아닌가. 근본적으로 하기 어려운 제도가 있고, 해도 되는 제도가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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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타깃은 건설노조 아냐
노동자 착취하는 ‘중간 오야지’

-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약자가 누군가. 우리가 알던 노동약자는 비정규직·특수고용직·건설일용직 같은 분들 아닌가.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누구를 때리고 있나.
“건설 문제는 한국노총 소속 진병준 전 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조합비 횡령문제에서 비롯됐다. 아침에 철근 지고 그렇게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우리 사회가 무조건 보호해야 하는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을 국가가 보호해 주지 않으니 진병준이 나온 거 아닌가. 중간에서 가로채는 ‘중간 오야지’ 문제다.”

김 의원은 지난해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이야기도 꺼냈다.

“대우조선해양 원청은 산업은행에서 (공적자금) 12조원을 떼먹었다. 그런데 밑에 한 푼도 안 준 거 아닌가. 그래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옥쇄파업한 것이 아닌가. 그런 분이 왜 생겼나.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사가 잘해야 하는데 왜 밑에 안 주나. 그게 귀족노조지.”

- 대통령이 ‘건폭’이라고 지목하는 건 누가 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 아닌가.
“(건설노조) 전체가 아니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건폭이지. 언어도단이다.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들의) 분노 게이지를 올려서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그런 걸 선동이라고 한다. (정부가) 다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성적인 비판을 하라는 거다.”

-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차원인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몇몇 분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이중구조 개선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노조법 내에서 교섭구조가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지만 2조를 통해 개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급하면 지난 정부에서 했어야지. 납품단가 연동제라든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필요하다든지. 일반적 (단체협약) 구속력을 넓힌다든지, 초기업단위 교섭을 활성화한다는지. 이런 게 논의돼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기법 개정시
직무급 늘고 저임금 노동자 임금 오른다

-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무급 비중이 늘어나긴 늘어날 것이다. 직장문화가 달라졌다. 예전엔 오래 근무했다는 것은 인정할 만한 노동가치였다. 지금은 이직이 많고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직무급을 100% 도입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직무급 비중이 늘어나는 방식으로밖에 갈 수 없는데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

- 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를 통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와도 맞물린다. 연공급 완화를 통한 하향평준화가 임금격차 해소를 포함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나.
“하향평준화란 다수가 포함되는 개념 아닌가. (저임금 노동자가 고임금 노동자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결론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될 수 없다. 저임금 노동자가 이 시스템을 통해 임금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 여당 최초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했다. 의미는.
“우리 사회 누적된 이중구조 문제를 제도로 해소하는 것은 책무 중 하나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는 결과의 정의를 담보하지 못한다. 교섭력이 떨어지면 더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 제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결과의 정의를 담보할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더 중요하다.”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시 필리버스터
하청에 선택적·보충적 교섭권 줘야

-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원·하청 교섭이 이뤄져야 가능하지 않을까.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노란봉투법에 힘이 실리고 있지 않나. 법률전문가로서 노란봉투법과 대법원 판결을 평가한다면.
“대법원 판결은 노란봉투법 판결이 아니던데. 그 판결문은 분석이 더 돼야 하겠지만, 저도 전체적으로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범위까지 과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 사건은 파업에 들어왔다가 빠진 사람들 것까지 남은 사람들에게 다 부담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배·가압류 청구는 지양해야 하지만 헌법 정신과 재산권 보호 원칙과도 적절히 조화가 돼야 한다.”

-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 자체로 위헌이다. 노조법 개정안에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교섭 상대방도 아니고 그냥 사용자다.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데 다 해야 하나. 더 문제는,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누가 있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3차 벤더(하청)를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있나. 정작 필요한 건 하청노동자가 직접 (하청 사용자와) 교섭해 보고 안 되면 원청에 가서 교섭하고 싶은 거 아닌가. 선택적·보충적으로 교섭권을 주면 된다.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할 때만 교섭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교섭이 되나.”

- 정작 그 방안을 법안으로 발의하지 않았다. 언제 발의할 건가.
“지금은 못 낸다. 나중에. 국회에서 한 번 더 (논의)하면. 하청사용자가 ‘급여를 줄 돈이 없다’ ‘원청에서 돈이 안 내려와서 그렇다’고 항변한다면, 하청조합원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다. 정도의 가이드면 좋지 않나.”

-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부의할 테고. 본회의 상정하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것이다. 거기서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김준영 처장 사건, 뭔가 잘못돼
포스코 회장·포운 사장 국감 증인 세울 것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지난 1년을 보면 노정관계는 파탄 난 거 아닌가. 김준영 사무처장 유혈진압과 구속수감이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김 처장 사건은 뭔가 잘못되긴 했다. 근데 (한국노총이) 난리가 났어야지. 하지만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 들어가 있지 않나. 지역도 잘 돌아간다. 지난 13일에는 한국노총 전국시도의장단이 대구에서 모였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와서 ‘만나면 좋은 친구’하고 가지 않았나. 윤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한국노총을 찾아 ‘친구’를 강조했다. 친구는 한번 틀어진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제도는 제도로서 가치가 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도 꾸준히 해 왔다. 다소 언짢은 부분이 있더라도, 친구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도, 학교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노동자들은? 한국노총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 아니면 오해를 받게 되는 거다.”

- 김준영 처장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가 왜 김 처장이 망루에 올라갔는지 구조적 문제나, 노사관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그런 유혈진압이 가능했을까.
“원인이 뭐냐면, 문성현 전 경사노위원장 시절 제대로 합의를 안 맺어 줘서 그렇다. 그때 포스코 회장에게 하청 쓰지 말라든가, (노동자들이 여러 하청업체로 찢어졌다가 다시) 포운에 넘길 때 고용유지하라든가, 가이드를 제대로 안 해 놓고 어정쩡하게 하니까 말이다. 윤석열 정부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저것도 안 해 주냐, 이러면 안 된다는 거다.”

- 전 정권 탓하나. 김 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행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했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 적대정책과 노조혐오 기조가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남용을 불렀다는 지적이 높다.
“안타까운 폭행사건은 수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잘잘못을 드러내야 하겠지만, 전적으로 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 해결되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 아닌가. 그 사람은 대체 뭐 하는 건가. 포스코 회장과 포운 사장을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울 것이다.”

- 김준영 처장을 잘 알지 않나. 교섭을 제대로 붙이려고 올라가지 않았겠나.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아닌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장을 하셨고. 요지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영어의 몸이 돼 있지만 마음을 열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길, 조합원 고용승계를 강력히 요구하며, 사회적 대화나 한국노총이 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옥중메시지로) 나서 주십사 말씀드린다. 당신이 지킬 것은 포운 노동자 고용승계이고 그것을 양보할 수 없다고 본다. 그게 지금 안 된다고 모든 걸 중단시켜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아실 거다.”

멧돼지 잡아야 하는데 양도 잡아
김 처장 사건-노동정책 분리해 봐야

- 윤석열 정권은 노동약자를 보호한다며 노사 법치주의를 말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두들겨 팼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려운 사람들의 고혈을 빼먹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치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멧돼지를 잡아야 하는데 양도 잡았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정교하지 못했다. 성글다. 법도 한 손엔 회초리를 드는 마음으로, 다른 손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절대 법을 앞세우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사법치가 필요하다. 목적은 여기에 있다.”

- 그렇다면 설득을 해야지. 지금은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을 올려서 총선과 대선 승리하려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대통령이 한국노총 가서 친구라고도 했다. 제가 현대 정치에서 노동자 없는 정치는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대통령이) 한국노총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대통령도 노력하고 있다. 김 처장 사건과 분리해서 봐 달라는 취지다. (그 사건으로) 정책에 대해 모든 게 가려지거나 치환되게 봐 주지 말란 거다.”

- 이번 사태로 사회적 대화는 더욱 요원하게 됐다.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대열에 서고 있지 않나.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의 위상을 따지면, 빠져나가거나 중단하거나 그런 문제를 논할 단계는 넘어섰다. 엄연한 주체이고 존중받아야 하며 역할도 해 줘야 한다. 그러니 들어와서 김준영 처장 문제도 이야기하고 노동 고도화, 취약계층 보호, 저임금 노동자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

-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해야 한다. 지금도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노사정이 대화하려고 하지 않았나. (김준영 처장 사건으로 중단됐지만) 이번을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랄까. 의제 선정, 대화의 깊이를 고민하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정부도 국가를 이끌어가는 책임감이 있기에 다음 계기가 됐을 때는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진중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국가도 사회의 일부이고, 한국노총도 자기 생각보다 더 큰 주체라는 면에서, 진중하게 의제를 선정해서, 서로가 삿대질하거나 제도 자체를 망가뜨리는 부분은 지양해야겠다.”

-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김문수 위원장이 구제가 된 셈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와서 목소리를 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떤가. 윤석열 교장이 봤을 때 학부형들은 담임이 문제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엄석대가 두 명 아닌가. ‘김문수 선생 애 많이 쓴다’ 이럴 거 같다. 경사노위는 제도다. 이미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들어와서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닌가.”

노조회계 공시로 세액공제 선택권 부여
노동자 지지 없이 총선 승리 없어

- 역대 정부와 비교할 때 노사정 대화를 배제하고 추진한 노동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 모습은 안 보이고, 오로지 대통령실만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제가 여당 노동위원장으로서 인터뷰도 하고 있고, 당 노동개혁특위도 잘 돌아가고 있다. 상임위(환노위)에서도 6(여당) 대 10(야당)이다. 잘 버티고 있다. 분명히 김준영 처장 문제로 미스가 난 건 맞다. 하지만 정부·여당 정책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 중에서도 잘했다고 하는 사람 많다.”

- 그러다 보니 ‘시행령 정치’ 논란이 크다. 노동부가 노조회계 공시와 관련해 소득세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4월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에서도 담은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통과는 쉽지 않기에 우회전략을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령도 법률에 맞아야 한다. 지금 시행령 개정안에서 공시하도록 한 것도 현 법률에 따른 것이다. 법률 안에서 하는 거다. 공개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세제 혜택을 안 받을 수 있다. 선택의 자유를 준 거다.”

- 한국노총 출신 여당 의원으로서, 당 노동위원장으로서, 한국노총(노동계)과 정부(대통령실) 사이에서 어떤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노동위원회가 7월 발족한다. 인선은 다 끝났다.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총선대책본부가 꾸려진 거다. 임명장 받은 날 이야기했다. 노동이 불효자처럼 보이는데, 총선에서는 1등 공신 효자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했다. 노동자 지지 없이는 총선 승리는 없다. 책임 있는 노동위원장으로서 노동자 목소리를 잘 듣고 정책으로 반영하고 당과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의 노동철학을 적극적으로 입안하고 조직해 나가는 것이다.”

-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질문드린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시절에 비해 변했다는 평가가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것부터 놀라운 변화였고, 의정활동 면면도 예전의 김형동이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나.
“크게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한국노총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있다. 다만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직역이 있다. 예를 들면 노동을 앞세워 환노위에 들어와 있잖나. 산업통상자원부가 개발 논리로 간다면 노동의 관점에서 저지하는 거다. 한국노총 법률원에 있을 때 정부를 상대로 똑바로 하라고 외쳤다면, 국가 운영의 관점에서 과한 부분에 환노위원 입장에서 역할을 하는 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준영 처장의 쾌유를 빈다.”

정리=연윤정·임세웅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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