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중격차 원인으로 지적한 연공형 임금체계 개선에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균등한 처우 원칙을 담은 근로기준법 6조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6조의2를 신설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보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6조의2는 모두 4개 항으로, 고용형태가 다른 노동자 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6조의2 1항)·사용 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사업 내 노동자로 봐 동일가치노동의 동일임금 보장(6조의2 4항)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용자는 그 기준을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 정한다”(6조의2 2항)고 규정한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직무성과급제 추진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동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제안 배경으로 “최근 대법원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근로자를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한 이후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에서 직무형태별, 성과중심의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윤석열 정부가 지목하는 임금격차의 주요 원인이다. 노동부가 지난 2월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해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나선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지만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한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는 “근로기준법상 고용형태에 따른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석상 문제가 됐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의 범위를 상당히 확대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다만 (신설되는) 6조의2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어떤 식으로 차별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담보할지 문제가 된다”며 “결국 법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선언적인 규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직무급제 전환을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중격차 해소를 위해 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위를 낮춰 중간으로 맞추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동일노동 동일처우를 내세워 정규직의 고임금을 깎는 방식의 ‘직무성과급제’ 빌드업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최근 상생임금위원회가 개최한 이중구조 해소 토론회에 참석해 “임금 격차 확대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기 위해 상생임금위 논의를 발전시켜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강예슬·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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