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가 1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일정 및 향후 투쟁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노조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항거해 노동절에 분신한 고 양회동 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장례 일정이 확정됐다. 17일부터 노동시민사회장으로 5일간 진행된다. 고인이 지난달 2일 숨진 뒤 47일째 비로소 장례가 치러지는 것이다. 노조는 장례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노조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현재진행형인 데다 경찰과 소환 일정을 두고 충돌이 벌어질 수 있어 갈등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과 요구에 정부 40일 넘게 ‘묵묵부답’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례 일정을 밝혔다. 장례는 17일 오후 청계광장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양회동 열사투쟁 공동행동’ 주최로 열리는 범시민 추모제를 시작으로 5일간 거행된다. 21일 발인이 엄수된 뒤 고인은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한다.

고인의 형 회선씨는 기자회견에서 “동생의 마지막 떠나는 길, 아픈 마음이지만 슬픔과 애도로 동생을 잘 보내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유가족과 협의한 뒤 지난 13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장례 일정을 확정했다. 정부가 고인에 대한 사과를 비롯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장례 일정을 한없이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윤석열 정부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도 조문도 하지 않았다.

장옥기 위원장은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매도한 자들이 양회동 열사에게 사과할 뜻이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윤석열 정권에 기대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 지금,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양회동 열사의 유지를 받아 더 강력한 퇴진 투쟁만이 남아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본인 페이스북에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기사를 올린 것과 관련해 “사과 요구나 비난은 과녁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도 석연치 않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과 의사가 없다는 것을 넘어 방조 의혹을 적극 부추기는 모양새다.

노조 “장례 이후 출석”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도

건설노조는 이날 장례 절차 이후 경찰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장옥기 위원장은 “장례 일정을 마치면 언제든지 출석에 응할 것”이라며 “다만 노조가 양회동 열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며 진행한 집회들을 모두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공권력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노조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장 위원장에게 출석 기한이 14일까지인 4차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고, 소환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6~17일 1박2일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다. 고인의 분신사망 이후에도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한 것을 감안하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체포영장 집행시 적극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장례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을 이어 나간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건설의날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겨냥한 집회를 비롯해 건설업계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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