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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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인 양회선씨가 “동생을 차가운 곳에서 따뜻한 으로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며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먼저 떠난 열사와 동생의 죽음의 고통을 상기하면서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양씨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진행한 고 양회동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장 영결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양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 “정권의 말을 들으면 국민이고 다른 의견을 갖고 있으면 죽음마저 외면 받아야 하느냐”며 “(정권) 관계자들은 부디 동생이 남긴 말을 귀담아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영결식에 참여한 6개 야당 대표에도 정권 심판을 촉구했다. 양씨는 “동생은 야당 대표에게도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했다”며 “앞으로도 동생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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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시작한 장례 영결식·하관식 마무리
이재명 대표 “사람답게 일할 권리 요구 이유로 핍박”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지난달 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이튿날 1시께 사망했다. 고 양 지대장은 유가족과 건설노조, 원내 야 4당 대표에게 유서를 남겨 윤석열 정권 퇴진과 건설노조 특별수사 중단, 구속자 석방을 호소했다. 고인의 유지를 확인한 유가족은 고 양 지대장 장례를 건설노조에 일임하고 윤석열 정권 규탄 결의대회 등에 함께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건설노조는 최근 17일부터 21일까지 고 양 지대장 장례를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엄수하기로 협의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는 고용과 실업이 반복하고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을 사람답게 사는 현장으로 바꾸고자 노조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그 자존심을 짓밟고 그의 행복이자 자부심이었던 조합원 고용은 정권에 의해 공갈로, 협박으로 매도당해 짓밟혔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양회동 동지의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의 앞잡이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조중동 등 수구적폐 언론, 경찰과 검찰이 합작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노가다, 막장이라고 멸시한 건설현장을 젊은 사람도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변화시킨 게 바로 건설노조”라고 설명했다.

영결식에 참여한 야당 6곳 대표들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람답게 일할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기고 건폭으로 몰렸다"며 "심지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처럼 정권은 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을 거짓으로 모욕하고 조롱했다”고 규탄했다. 이 당대표는 “노동자를 국민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정당한 노동권을 부정하고 노동인권을 탄압하는 정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빠, 나중에 만나면 그때처럼 웃으면서 안아 줘” 
쌍둥이 딸 편지에 눈시울 붉어져

영결식에는 고 양 지대장의 두 자녀가 남긴 편지도 영상으로 전달됐다. 영상을 보던 참여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편지에서 고 양 지대장의 중학생 쌍둥이 딸은 “가끔씩 집에 있다보면 아빠랑 지냈던 순간들이 기억나고 그립고 보고 싶다”며 “외식하자고 했던 것도 거절하고 아빠랑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항상 내가 거절한 것같아 후회된다”고 썼다. 이어 “커서 효도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아빠에게 잘한 점이 없는 것 같아 후회가 된다”며 “나중에 만나면 그때처럼 웃으면서 안아달라”고 적었다.

쌍둥이 아들은 편지를 통해 “아빠는 항상 나랑 재밌게 지내고 싶어했는데 그 마음도 몰라주고 너무 차갑게 대했다”며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빈자리도 알게 됐고 아빠와 함께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이제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근데 난 이제 몇 년 뒤에 사회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걱정이 된다”며 “우리 집의 가장이니까 열심히 살겠다”고 썼다.

영결식을 마치고 유가족과 장례위원들은 경기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하관식을 치렀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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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 기자
▲ 이재 기자

경찰, 행진 끊으며 강성희 의원, 유가족 밀쳐

노동자와 시민들은 이날 영결식에 앞서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미사를 치르고 9시부터 서울시내를 행진해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진행했다. 노제에서 고 양 지대장 동료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다짐했다. 김정배 강원건설지부장은 “양회동 열사 사망 후 50여일간 경찰이 건설사의 처벌 불원서와 정상적으로 교섭한 것이라는 진술에도 (고 양 지대장을) 공갈범과 협박범으로 몰았다"며 "억울한 죽음을 앞에 두고도 정치적 의도를 운운하며 폄훼하고 분향소마저 부수는 패륜 집단을 봤다”고 규탄했다. 그는 “열사가 목숨 바쳐 호소한 일, 윤석열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는 게 노동자와 국민이 살 길임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노제 장소를 당초 신고 내용보다 축소해 펜스를 설치해 시작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청 정문 앞을 포함한 2개 차로가 노제 개최로 신고한 장소인데도 정문 앞 도로에 미치지 못한 지점에 펜스를 설치하고 노제 공간을 통제했다.

행진도 방해했다. 오전 10시14분께 광화문 사거리에서 교통 소통을 이유로 영정을 실은 차량 진행을 임의로 막았다. 경찰은 신고된 행진을 방해하지 말라는 참가자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중재를 위해 달려온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밀치고 회선씨까지 밀쳤다. 실랑이 끝에 다시 행진이 시작됐지만 경찰은 10시33분께 또 다시 차량을 통제하고 행진을 막아 행렬을 지연시켰다.

경찰은 또 행진 곳곳에서 운구행렬을 뚫고 진입하려는 차량을 제지하지 않았다. 흥국생명 앞 도로에서는 지속해서 우회전하려는 차량과 버스 등이 행렬을 뚫고 진입하는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경찰은 행렬 선두에서 운구차량을 따라 갔지만 정작 도로 위 통제는 소홀해 충돌을 방조한 셈이 됐다.

행진을 막 시작한 9시10분께에도 서울대병원 앞 도로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도로를 지나는 버스가 통제되지 않아 운구행렬 사이로 버스가 정차해 승객이 승하차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뒤늦게 현장에 경찰관 1명을 배치하고 교통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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