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경찰이 9일 8시간에 걸쳐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주요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다. 건설노조는 명백한 공안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4시15분께에야 마무리했다. 

경찰은 장옥기 위원장·조직쟁의실장을 포함한 지도부 2명과 성명불상의 조합원을 집시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도로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세 차례 집회를 문제 삼았다. 51일 전국노동자대회,  같은달 11일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16~17일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다. 경찰은 건설노조 사무실이 있는 건물 2~4층에서 관련 회의자료, 집회계획서, 문서, 전자정보파일 등을 압수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노조 조합원 30여명이 노조 건물 앞에 모여 경찰 규탄 집회를 했다.

경찰이 과잉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법적 일탈이 있더라도 이를 중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살펴보면, 노조가 사전 신고한 시간·장소 등 범위를 벗어나고 서울광장 등에서 노숙했다는 혐의가 전부다. 경찰은 영장에서 사전 계획 단계에서 구체적인 과정 및 공범 여부 등 확인이 필요하고,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불법 행위자를 파악하기 위해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 수사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점에서 압수수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통 집회 신고서에 주최자가 명시되고 현장 체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신고 범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 행위는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례적인 이유다.

양회동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의 권영국 변호사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경찰의 초과잉 수사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2015년 당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사례는 있지만 압수수색은 들어본 적이 없다.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고 있다수사 비례 원칙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장 위원장 등이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압수수색 이유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장 위원장 등에게 4차례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장례를 치른 뒤 자진출석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그런데도 장 위원장 발표 하루 만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장 위원장 등이 출석해도 진술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환 거부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의제기도 나왔다. 건설노조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여는의 조민지·하태승·김은지 변호사는 “경찰이 장 위원장 등 피의자 외 건설노조 상근 직원 등 20여명의 자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의 내용에 반해 위법하다”고 이의 의사를 남겼다.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압수수색은 명백한 공안탄압이자 노조에 대한 불법혐의를 씌우고자하는 경찰의 노조혐오 확산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어 “(고 양회동 3지대장 분신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그 누구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규탄하는 건설노조의 집회에 대해 공권력을 통해 탄압하고자 해 왔다사실상 집회를 허가제로 통제하면서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규정하겠다고 해왔고, 그 결과가 오늘의 압수수색까지 벌어졌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를 모든 행위를 불법으로 몰아넣어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억압하기 위한 행태라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장옥기 위원장과 고 양회동 3지대장의 유족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건설노동자 탄압 및 과잉수사 대응 TF 소속 의원들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고인의 유족은 “고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적절했는지 진상을 밝혀 주고 건설노동자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강압수사를 중단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6월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노조탄압과 양회동 열사 문제를 다룰 것이고, 행정안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이 문제를 물을 것”이라며 “청문회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양희동 열사 빈소에 조문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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