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IT업계에 다시 노조하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1세대 IT기업인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5일 게임업체 웹젠에서도 노조가 설립됐다. 2018년 네이버와 넥슨·스마일게이트·카카오에 노조가 잇따라 설립된 지 3년 만에 IT업계 노조가 제2 부흥기를 맞고 있다.

3년 전 설립된 노조들이 포괄임금제 폐지나 장시간 노동 금지같이 노동환경 개선을 이슈로 출범했다면, 최근 생겨난 노조들은 전반적으로 ‘공정한 성과배분’을 쟁점 맨 앞에 두고 있다. 기존에 출범했던 IT업계 노조들의 시선도 ‘공정한 성과배분’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IT업계 노조들의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자리 잡고 있을까.

카카오뱅크 이어 웹젠도 노조 출범
“공정 분배” 요구

5일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게임 ‘뮤’ ‘R2M’으로 알려진 게임업체 웹젠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 웹젠지회가 이날 출범했다. 노조 별칭은 ‘웹젠위드(WEBZENwith)’다. 웹젠지회는 2018년 노조 넥슨지회·스마일게이트지회, 2020년 카카오지회 엑스엘게임즈분회에 이어 게임업계에서 설립된 네 번째 노조가 됐다. 지회 설립 배경에는 투명한 성과배분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웹젠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5%나 올랐다. 매출은 2천940억원, 영업이익은 1천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67%, 109% 상승했다. 웹젠은 지난달 초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직원 인센티브를 포함해 평균 연봉 2천만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웹젠지회는 공정한 평가에 따른 투명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연봉 2천만원 인상을 공지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그 정도로 많이 인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불투명한 조직운영을 바꿔 회사가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노사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 낸 성과를 제대로 분배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회가 설립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출범한 노조 카카오지회 카카오뱅크분회도 ‘공정한 성과배분’을 요구하며 분회를 설립했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천1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2019년 137억원에 비해 1년 새 8.3배 늘어난 규모다. 분회는 “성과가 임직원들에게 어떻게 분배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고 있는 만큼 보상·운영체계를 만들어 가는 부분에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황 누리는 IT업계,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해야”

노조 네이버지회의 최근 관심사도 보상체계다. 매년 최대 실적을 내는데도 노동자들의 연봉 인상률은 낮은 반면 임원들에 대한 보상은 높다는 것이 네이버지회 입장이다.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경영진 5명이 지난해 받은 보수를 모두 합하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빼고도 126억7천600만원이다. 2019년 받은 5명의 보수 총액 81억8천700만원보다 약 55%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네이버는 올해 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직원들과 간담회를, 지난달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작성한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네이버지회는 지난달 24일 네이버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공정한 성과분배 요구 배경에는 최근 IT기업들의 성장이 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최근 IT기업 실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며 “이제는 (IT기업들의 실적이 큰 만큼)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2018년 노조가 설립된 뒤 노동자들의 급여체계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성과분배 이슈가 불거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서승욱 지회장은 “IT업계는 모두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어서 수당체계도 없고, 연차 기준에 대한 보상도 명확하지 않다”며 “노조가 설립되면서 사람들이 익명으로라도 보상체계를 비교해 보면서 목소리를 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수찬 노조 넥슨지회장도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급여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책정해) 지급해서 회사 간 암묵적인 담합이 있었다”며 “노조설립 뒤 지난해 넥슨이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임금이 6.8% 오른다고 공지하면서 이후 업계 다른 회사들도 그런 방식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노조설립 당시부터 투명한 성과분배를 요구했는데, 업계가 이를 무시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이슈가 올해 더 크게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은 “지회를 설립했을 당시 내걸었던 3대 요구 중 하나가 투명한 성과배분이었는데 이것은 여전히 풀어 가야 할 숙제”라며 “또 포괄임금제가 없어지지 않은 업체들도 있어 여전히 IT업계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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