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노사가 교섭 시작 1년여 만에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교섭 장기화의 원인이 됐던 협정근로자 조항을 '공동협력의무' 조항으로 타협하면서 실타래가 풀렸다.

13일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에 따르면 노사는 최근 92개 단협 조항에 잠정합의했다. 네이버측이 요구했던 협정근로자 조항은 '공동협력의무' 조항으로 수정·합의했다. 노동권을 존중하되 네이버 서비스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양측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공동협력의무 대상 노동자는 회사가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최소 수준을 정해 유지하되, 부족할 경우 노조가 협력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협정근로자 대신 '공동협력의무' 조항 도입

협정근로자는 쟁의행위 때도 정상근무를 하는 노동자다. 네이버는 교섭 과정에서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합원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 놓자고 요구했다. 이를 지정하고 난 뒤에야 나머지 노조 요구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섭은 170일 동안 중단됐다.

지난달 재개된 교섭에서 지회는 협정근로자 지정을 대신할 '비상시 협력' 조항을 제안했다. 천재지변 같은 중대재해나 회사 서비스 접속 중단 등 1등급 재해가 발생했을 때 비상업무 수행에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5~6일 사내 인트라넷으로 생중계된 '16시간30분 마라톤 교섭'에서도 이를 두고 노사가 논쟁했다. 사측은 교섭 초반 공동협력의무 대상을 '전체 직원의 20%'로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최소 유지 수준을 전체 직원의 13% 수준으로 정했다"며 "서비스별 유지 인력은 추후 노사협의로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네이버가 공동협력의무 조항 도입에 합의하면서, 이미 단협을 체결한 동종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넥슨·스마일게이트·네오플 등 올해 단체협약을 맺은 IT업계 노사교섭에서 '협정근로자' 문제가 교섭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다음 교섭에서 사측이 '네이버 모델'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최근 카카오 노사는 협정근로자 대신 '비상시 협력' 조항에 합의한 바 있다.

자회사·손자회사 교섭타결까지 농성 지속

잠정합의안에는 이 밖에 입사 후 2년 만근시 '리프레시 플러스 휴가' 15일을 유급으로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10일, 육아휴직 기간 2년으로 확대, 난임치료 유급휴가 3일에도 합의했다. 인센티브 지급기준과 주요 경영사항도 지회에 설명한다. 지난 1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노사는 휴식권 보장을 위해 퇴근 후나 휴가자에게는 업무 관련 연락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게 관리·감독 노력을 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설치·운영한다. 지회는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 설명회를 열고, 조만간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한편 네이버 자회사·손자회사에 해당하는 5개 법인(컴파트너스·NIT·NTS·NBP·LINE+) 노사 교섭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검색포털 서비스와 메신저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인프라와 플랫폼 운영, 보안 서비스, 콜센터·텔레마케팅 서비스, QA(테스트)와 개발 업무를 하는 법인들이다.

네이버지회는 자회사·손자회사 노사 교섭이 끝날 때까지 본사 1층 농성장을 유지한다. 오세윤 지회장은 "IT업계 최초로 쟁의조정을 신청할 정도로 진통 속에서도 노사가 결국 합의점을 찾은 것처럼 자회사·손자회사 교섭도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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