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트고메 홈페이지 갈무리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에서 노동자를 구조조정해 아낀 비용으로 경영진 임금을 올리는 방침에 반대한 직원이 부당전보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논란이 된 기업이다.

1일 게이고메코리아 인사팀장 출신 김아무개(36)씨 제보에 따르면 경영진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 12명을 희망퇴직시키고 팀장급 직원의 임금을 15% 삭감한 뒤, 최대 40%의 경영진 임금인상안을 본사에 올릴 것을 요구하자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표했다가 부당전보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렵다며 12명 희망퇴직
자신들 임금 40% 인상 요구한 경영진

김씨는 인사노무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8년 4월 게이트고메코리아 인사팀 부팀장으로 채용됐다가 이듬해 10월 인사팀장으로 승진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줄면서 기내식 납품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도 경영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1월 하루 평균 3만2천개의 기내식을 만들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 3월부터는 하루 평균 생산량이 300여개로 급감했다.

회사는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노동자 12명을 희망퇴직시켰다. 같은해 7월에는 관리팀장급의 임금 15% 정도를 삭감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호소하던 경영진은 자신들의 임금은 올리려 했다. 그해 8월 친리앙림 부사장(당시 재무담당이사)은 에이블린 반덴버그 사장(당시 운영담당이사)의 임금 40% 인상과 자신의 임금인상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총괄인사임원을 설득해 달라고 김씨에게 요구했다. 월 1천680만원에서 월 2천200만~2천300만원에 이르는 임금인상안이었다. 경쟁사 LSG그룹의 사장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이유였다. 경영진은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임원과 팀장을 포함한 관리직 수당 지급, 두 이사의 임원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을 계획했다.

김씨는 경영진 요구를 거절했다. 총괄인사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구조조정은 법적 요건을 부분적으로만 충족했고, (경영진이 계획 중인) 관리직 수당 지급 등은 일부 직원만이 누리게 될 특혜로 보여 반발이 예상된다”며 승진 및 임금인상 보류, 임금인상 없는 승진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김씨의 의견은 당시 사장에게도 전달됐다.

김씨는 이후 9월7일부터 올해 4월6일까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복직했다.

복직 직후 김씨는 컴플라이언스 팀장으로 발령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구두로 들었다. 컴플라이언스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다. 김씨는 해 본 적 없는 생소한 일이었다. 전문성이 없이 일하다가 각종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우려가 컸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전보를 거부하고 7일간을 쉬며 정신과에서 중등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김씨를 컴플라이언스 팀장으로 정식 발령했고, 김씨는 병가와 연차·보건휴가를 번갈아 쓰다가 6월16일부터 무급병가를 사용하고 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냈다.

그 사이 임금을 인상하려 했던 임원 두 명은 올해 1월1일부터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친리앙림 부사장은 연봉이 1억2천900만원에서 1억5천480만원으로 20% 올랐다. 수당도 3천96만원을 받게 된다. 에이블린 반덴버그 사장 연봉은 김씨의 권한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사측 “적격자를 보낸 것일 뿐”

김씨는 전보가 경영진의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복성 인사조치라는 얘기다.

현재 법무팀에 재직 중인 직원이 퇴사한 인사팀 직원과 나눈 메신저 대화기록이 근거다. 지난 3월12일 법무팀 직원은 “에이블린 사장과 친리앙림 부사장이 김씨가 복귀하면 다른 팀으로 보내 버리려고 한다”며 “인간적으로 싫어한다, 친리앙림이 욕을 하는데 인간적으로 심하게 비난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다른 팀 가면 그 팀 사람들이 사람 취급도 안 해 줄 거다, 결국 퇴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법무팀 직원은 인천지노위에 보낸 사실확인서에서 “실제 친리앙림 부사장에게 들은 문의는 육아휴직자의 복귀 후 전보조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었고, 전보보치 근거가 계약서에 없고 근무 직역이 특정돼 있으면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게이트고메코리아측은 김씨가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적격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인천지노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현재 컴플라이언스 팀장 자리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상급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관리자이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 회화능력과 관리자 경험을 지닌 김씨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지식은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보복 인사 조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씨가 당시 아태총괄임원에게 자신들의 임금인상안을 반박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인천지노위는 김씨가 제기한 부당전보 여부에 대해 5일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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