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파업 돌입 4일째인 지난 4일, 파업 중단 및 현장 복귀를 선언했다. 파업 중단 선언 직후 만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우리의 투쟁은 분명히 승리한 투쟁"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조합원 개개인의 마음은 스스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파업 가운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파업 중단을 선언한 이후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서로 (사이가) 갈라지는 모습이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조합원들이 다함께 서로를 격려하면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승리하는 투쟁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섰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을 통해 의식적으로 한 단계 성숙된 노동자로 거듭났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이번 파업 평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힘이 있을 때 현장으로 복귀한다"

- 파업 중단을 결정한 배경은.
“1차적인 이유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며 과연 이런 마녀사냥식의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는 속에서 대화나 교섭 분위기가 열릴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가 있었다. 평조합원까지 현행범으로 간주하고, 끝까지 추적해서 연행하는 경찰들의 모습, 사상 유례가 없는 2,200여명의 직위해제를 절차의 정당성 여부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발하고 있다. 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경찰이 단행한 철도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보면서 정부나 공사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이 상태에서 교섭을 바라기보다는 (조직에) 힘이 있을 때 아무런 조건없이 현장으로 복귀해 누가 먼저 국민의 불편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 복귀 결정 당시에도 1만여명의 조합원이 파업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부와 공사의 탄압 속에서도 1만여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복귀한 조합원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누구라도 그 정도의 탄압이라면 한번쯤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탄압에도 1만명 이상의 대오가 굳건히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동지들과 함께 힘있게 현장투쟁을 결의하고 나간다면 새롭게 투쟁을 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있다."

- 이번 파업 투쟁을 평가한다면.
“이번 파업을 준비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눈앞의 실익보다는 노동운동의 미래와 노동운동의 원칙과 노동운동의 대의를 지키는 싸움을 하자고 말해 왔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조합에서 요구하고 있는 철도공공성 강화는 사회양극화에 맞서는 투쟁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되는 투쟁은 진정한 노동자들의 연대를 실현하는 투쟁이고, 해고자 원직복직은 노동자들의 의리를 찾아가는 투쟁이라는 점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눈앞의 실익보다는 우리가 지켜야 할 대의가 무엇인가로 시작했기 때문에 대의명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 자체가 아름다운 투쟁이고,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승리했고, 앞으로도 전진해나갈 것이다."

- 이번 투쟁으로 얻은 게 있다면.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노조가 강경투쟁만 외치다가 얻은 것 없이 복귀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와 공사는 뭘 얻었는지 되묻고 싶다.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는 직권중재제도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화 해놓고,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공권력으로 무자비하게 연행하면서 그들이 얻을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일부 조합원들은 복귀하면서 반이성적인 정부의 탄압을 조소하면서 당당히 복귀했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부당한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노동자들의 정신, 탄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함께 대오를 유지했다는 동지애 등 의식적, 조직적 성과다."

- 이번 투쟁으로 잃은 것이 있다면.
"이번 싸움을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역시 해고자 동지들과 KTX 여승무원들의 문제이다. 하지만 그 동지들도 복귀 과정에서 지도부의 고민들을 충분히 공유했고, 자신들의 요구가 이번에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누가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지난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대해 서로 격려하면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 다시 한번 싸워갈 것이고, 해고자 복직 및 KTX 여승무원 정규직화 요구를 관철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노동자의 진정한 연대 경험이 최대의 성과"

- 현장투쟁으로 전환했는데, 현장투쟁의 방향은.
“1차적으로는 절차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직위해제의 남발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공사로부터의 탄압에 대한 투쟁들을 하나하나 조직해 나갈 생각이다. 또 지도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내몬 중노위의 직권중재회부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같이 해나가면서 파업 요구의 정당성, 투쟁방식의 정당성, 법적인 정당성까지도 같이 찾아가는 투쟁을 지도하고 함께 해나갈 생각이다."

- 2,200여명의 직위해제로 대량 징계가 우려되는 데다, 노조 지도부 26명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후 조직은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
“지도부는 이번 투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을 책임지고 지도할 것이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는 현장 복귀 이후 예상되는 공사의 탄압에 대해서 정면으로 투쟁해 나가는 방침들을 세워나갈 것이다. 또 수배가 떨어진 지도부들에 대한 조합 차원의 대책도 충분히 마련돼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점에서 계속 투쟁을 지도하면서 조직력을 복원해나가고 현장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 KTX 여승무원들은 독자 파업 여부를 결정키 위해 총회까지 진행했다.
“KTX 여승무원들도 조합원들로 철도노조의 한 식구이기 때문에 중앙쟁대위의 명령에 따라 함께 파업에 돌입하고, 함께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처한 절박성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해야 되기 때문에 정규직 조합원들과 달리 투쟁을 이어나가는 것을 중앙에서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인정하면서 그것에 맞는 투쟁 방식의 적절한 지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 KTX관광레저가 KTX 승무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현 KTX 여승무원들이 고용승계없이 계약해지 될 것도 우려된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KTX 여승무원들은 KTX에서 열차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철도노동자로 일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열차 내 판매권까지 가져와서 KTX 여승무원들의 고용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계획들은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열차 내 상품판매원으로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도 달려 있고, KTX 여승무원들의 고용 당시 고용조건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와 합의없는 일방적 시행은 중단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이번 투쟁을 하면서 아름다운 미담, 무용담, 눈물겨운 사연 등을 정말 많이 겪었다. 그리고 또 조직적 복귀를 결정하면서 일부 지역 조합원들은 눈물바다가 되고, 또 피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들어가자고 얘기한 조합원들이 있었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 우리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은 바로 노동자들의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투쟁에서 우리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역과 직종의 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이번 파업 기간 동안 운전, 차량, 시설, 전기 등을 구분할 것 없이 조합원들이 함께 고생하고, 같은 길을 걸으면서 동지애를 찾게 됐다. 또 서울, 부산, 대전, 영주, 순천 등 5개 거점 중 어느 한 거점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대오를 유지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이 아쉬운 합의를 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투쟁했던 점 등은 철도노조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정말 아름다운 투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물론 합의문을 남기지 못한 채 파업이 종료됐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합의문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이러한 소중한 경험과 믿음이다. 우리는 이번 투쟁에서 합의문보다 더 큰 것들을 얻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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