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FTA 저지 한일 공동투쟁이 이틀째를 맞아 구속자가 발생하는 등 항의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도쿄에서 1일부터 시작된 공동투쟁에서 한국과 일본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동투쟁단 150여명은 이틀째를 맞는 2일 오전부터 일본 외무성 앞에서 한일FTA 협상중단과 협상내용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경찰 또 접근 차단…구속·부상자 발생

일본 경찰은 1일에 이어 이날도 공동투쟁단의 일본 외무성 정문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특히 전날 일본 경찰과 투쟁단의 몸싸움이 있었던 탓인지 경찰들은 방패를 동원해서 투쟁단의 접근을 저지하면서 양쪽의 대치는 두 차례의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쪽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명이 구속(일본은 체포 즉시 현행범으로 구속)되고 현대차노조 권아무개씨 등 조합원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공동투쟁단은 “우리는 평화적으로 한일FTA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시위를 벌이고자 했으나 일본 경찰이 시위대를 구타했다”며 “한일FTA는 반드시 저지돼야 하며 일본 경찰은 폭력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일본 경찰을 비난했다.

이어 공동투쟁단은 이날 오전 일본 외무성을 방문, 한일FTA 협상내용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전달했다. 공동투쟁단은 외무성과의 면담에서 현재 일본서 6차 한일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정부 교섭단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공동투쟁단은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한일FTA 협상에 대한 항의문을 전달했다.

일본 국회·경단련서 “FTA 반대” 항의행동

공동투쟁단은 일본 국회에 이어 일본 경단련을 찾아 항의행동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국회의사당 인근 제2국회의원회관 앞에서 항의행동을 벌였다.


이날 항의투쟁에는 사민당과 민주당 의원이 각각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사사키 히데로 중의원은 “한일FTA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일본에서도 국회의원조차 어떻게 협상이 진행되는 지 전혀 모른다”며 “밀실협상을 벌이고 있는 데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사키 의원은 또 “한일FTA는 한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매우 불리할 뿐만 아니라 일본 노동자, 민중에게도 삶의 질이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라며 “한일FTA가 민중의 권리보다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사키 의원은 기자인터뷰를 통해 “한일FTA에 관한 민주당의 당론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일차적으로 6차 협상 이후 지금까지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노동자, 민중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부야 공원서 한일 노동자·민중 공동집회 열려

공동투쟁단은 이어 한국의 '경총+전경련'에 해당하는 경단련 건물 앞으로 이동,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를 통해 한일FTA를 주도하고 무노동무임금, 퇴직금 폐지 등을 요구해 한국의 노조와 노동권 약화를 노리고 있다”며 “한일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단련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일본 경찰은 경단련을 겹겹이 에워싸고 시위대에 일체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날 공동투쟁에는 일본 노조들이 속속 결합했다.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 가나카와씨티즌노조 등이 2일 공동투쟁에 합류했다. 이날 오사카에서 올라온 간사이레미콘노조의 니시야마씨는 “한국에서 많은 동지들이 일본에 와서 한일FTA 저지 투쟁을 벌여 감동을 받았다”며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한일 노동자가 연대해서 한일FTA를 반대하자”고 말했다.

일본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전노협) 나카오카 사무국장은 “이번 공동투쟁으로 한일FTA에 대한 우리의 분노가 양국 정부에 전달됐을 것”이라며 “노동자 임금삭감, 민중 생존권을 파괴하는 FTA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단은 이날 오후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 미야시타공원에서 '한일 노동자·민중 공동집회'를 개최했다. 한국 원정투쟁단과 일본의 전노협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 500여명이 참가한 공동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한일FTA 저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일투쟁단, “연대투쟁 성사 의미 높다”

한국과 일본 투쟁단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한일FTA 저지 공동투쟁에 대해 한일 공동투쟁이 성사됐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일본투쟁단의 경우 최근 10여년간 일본 외무성 등 정부청사 앞에서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근처까지 진출한 예가 없는데다 평소 30분이상 집회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하루 종일 외무성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는 자체가 투쟁의 성과라는 평가다.


또한 한일FTA가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지만, 양국의 노동자, 민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슷할 것이란 점에서 한일FTA에 반대하는 연대투쟁을 성사시켰다는 의미 또한 크다는 것이다.

한국 투쟁단의 경우 일본과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투쟁의 수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지만 합리적으로 이를 조정하고 한일 노동자·민중의 연대정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일본원정투쟁단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 전농, 전국민중연대, WTO반대국민행동 등 14개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모두 8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쪽은 ‘전통일노조’, ‘이의있음! 일한 자유무역협정’ 등 모두 5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한일FTA 교섭에 반대하는 11월 한일공동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공동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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