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특수고용직인 ‘카마스터’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주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노조 탄압을 이유로 자동차 판매 대리점주에게 유죄가 확정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리점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할 게 없어 노조에 붙어서” “사탄마귀 같은 짓”
폭언에 출입 제한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통영의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대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확정했다.

사건은 A씨가 2020년 8월께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조합원만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를 변경해 비조합원들에게만 이를 알렸다. 변경된 비밀번호를 모르는 지회 조합원 카마스터 B씨 등 5명은 오후 5시 이후에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A씨는 출입문에 “주말+평일 오후 5시 이후 2층 사무실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노조활동을 방해할 목적이 뚜렷했다. 지회는 2020년 초반 다섯 차례의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결렬되자 그해 7월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A씨는 경영성과지원금과 목표달성 포상금 분배 등의 지회 요구를 묵살했다. 심지어 A씨는 조합원에게 “어디 할 게 없어서 그(노조에) 붙어 가지고” “사탄마귀 같은 짓을 하고 있고. 응?”이라는 취지의 폭언을 퍼부으며 조합원을 사무실 밖으로 쫓아냈다.

검찰은 노조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조합원이 집회에 사용한 피켓 10개와 화이트보드 1개 등 52만원 상당의 지회 물품을 대리점 1층 창고에 숨긴 혐의(재물손괴)도 받았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처음부터 노조 가입 유무를 가지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만 변경된 비밀번호를 고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바뀐 비밀번호를 몰라 A씨에게 물어 알게 됐다는 비조합원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피켓을 숨긴 혐의도 재판부는 “명예훼손 표현이 계속되거나 대리점 영업방해가 계속되는 것을 막고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뒤집고 유죄 “비조합원만 바뀐 사무실 비밀번호 알아”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전에 노조나 조합원들과의 협의 없이 사무실 출입제한 조치를 했다”며 “피고인에게 대리점에 대한 시설관리권이 있으나 피고인이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이용하던 사무실의 출입시간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것은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쟁의행위 이전에 조합원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지 않았고, 이후 비조합원에게만 변경된 사무실 비밀번호를 알려준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2020년 8월께는) 피고인과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 심한 갈등이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피고인에게 변경된 사무실의 비밀번호를 물어봤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알려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물손괴 혐의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을 유지했다.

한편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을 냈다가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행정소송 재판부는 “A씨가 출입제한 조치가 집회에 대응해 이뤄진 성격이라고 인정했고, 출입제한 조치 전에는 카마스터들의 잔여 업무를 위해 오후 5시 이후에도 사무실을 개방해 온 사실을 자인했다”며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처우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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