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

대상판결: 대법원 2023. 10. 12. 선고 사건 2023다254366 임금

1.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자동차판매업, 수입자동차 위탁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2017년 9월~2019년8월까지 자동차판매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자(카마스터)이다.

원고는 퇴직하면서 피고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했으나 피고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관할 고용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을 신고했다.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한 전제에서 대구지방검찰청은 피고 회사 대표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으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으나 피고 회사 대표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에서 피고 회사 대표에게 7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동일하게 확정됐다. 관련 형사사건에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원고는 미지급된 퇴직금 540여만원의 지급에 관한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 2심에서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모두 인정해 최종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2. 사안의 쟁점

수입자동차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영업사원, 일명 카마스터를 근로자로 볼지 여부는 여러 사건에서 쟁점이 됐다. 2019년 6월 대법원은 카마스터를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됐던 기존 소송에서는 이를 인정받은 사례가 없다. 대상판결은 카마스터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할 때 원고를 피고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소액사건으로 2심 판결문(대구지방법원 2023. 5. 31.선고 2022나315781)에 구체적인 판단 내용이 기재돼 2심 판결문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첫째, 원고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했으며, 오전에 매장청소를 하고 회의에 참석했으며 당직으로 지정된 날에는 오후 9시경에 퇴근했고, 조기퇴근을 할 경우 상사에게 보고했다. 출근시간이 명시적으로 정하거나 오전 회의에 불참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계약조건 등은 없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출근을 못하면 지점장 등이 이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근무태도가 불량할 경우 당직근무 배정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원고의 자율적인 출퇴근이 보장되지 않았고 사실상 정시 출퇴근 및 오전회의 참석이 강제됐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원고는 오전 회의가 끝나면 피고 회사의 사업장 내에 지정된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했고 당직으로 지정된 날에는 내방하는 손님들에 대한 접객 및 자동차 판매를 했고, 외근하는 경우에도 활동한 내역 등을 사진으로 찍어 지점장이나 피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 관련 형사사건 재판에서 피고 회사 대표이사는 원고를 포함한 영업사원들로부터 외부영업 활동 결과를 보고받은 이유에 대해 ‘영업사원들이 외근을 간 것인지 놀러 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볼 때, 피고 회사와 원고와 같은 영업사원들과의 관계가 도급이나 위임관계라는 피고 회사의 주장과 배치된다.

셋째, 피고 회사 대표이사는 종종 영업사원들에게 판매 목표를 달성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하고, 고객과 통화한 내용과 상담 내용 등을 카카오톡으로 보낼 것을 요구했고, 사업장 내 설치된 CCTV를 보고 영업사원들의 근태, 복장, 사업장의 청소상태를 지적했다.

넷째, 피고 회사의 당직제도는 당직 담당 영업사원이 주중, 주말 내방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로 영업사원들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중요한 사항인데, 피고 회사는 영업사원들이 정한 당직순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제외시키는 방법으로 수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 원고는 당직에서 제외되어 이로 인한 소득감소로 퇴사하기로 결심한 점을 통해 피고 회사는 영업사원들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 감독하며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명함, 명찰, 브랜드 배지 등을 지급했고, 사업장 내 근무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 지정해 해당 자리에서 근무하도록 했고 공용 프린터를 제공했으며, 원고가 홍보를 위한 현수막을 제작할 경우 피고 회사의 연락처만을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여섯째, 영업사원들이 고객들의 차량을 판매하면서 고객들로 해금 캐피탈회사의 캐피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주선한 경우 캐피탈회사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이는 자동차 판매 영업활동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이러한 부수적 수입을 얻었다는 사정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고 피고 회사는 영업사원들이 캐피탈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를 주기적으로 수집, 확인해 질책하는 등 영업사원들의 정보를 통제하고 지휘 감독권을 행사했다.

일곱째, 피고 회사는 영업사원들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제3자를 고용해 영업행위를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 회사 영업사원들 중 다른 제3자를 고용해 대신 업무를 하도록 한 사례는 없었다.

여덟째,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한 보수의 액수가 자동차 판매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사정은 있으나 직급에 따라 일정한 기본급이 지급됐고, 영업사원들이 일정량의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기본급의 50%를 삭감해 지급했는 바, 판매 실적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는 사정만으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아홉째,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피고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사정에 불과한 점과 특히 이 사건 피고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영업사원들을 위해 4대 보험에 가입했던 기존 경영방침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영업사원들에게 퇴직을 권고함으로써 현재 영업사원들에 대한 4대보험 가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이유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재직기간에 따른 퇴직금이 발생했으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를 인용했다.

4. 판결의 의의

2019년 현대차 카마스터가 부당해고를 다툰 사건(대법원 2021두60687)에서 ‘이 사건 원고와 대리점주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현대차와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점, 카마스터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없고, 외근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재량이 있고 당직근무는 카마스터들이 자율적인 협의에 따라 결정한 것이며, 전시장 내 시작·종업시각, 복장 및 고객응대 방법에 관한 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 준수 여부를 확인한 것은 각 대리점의 통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 이러한 사정만으로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한 내용과 대상판결의 사실관계가 상당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근로자성 중점 판단 기준을 달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 판결이 카마스터의 업무 내용에 대해 명시적인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이 필요하고, 복장 등의 복무규율을 서비스 방침으로 보는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지휘, 감독 여부를 판단했다. 반면 이번 판결은 각종 규율 등을 서비스 방침이 아닌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 감독체계로 보고 근로자의 영업활동에 통제와 제재가 있는지 여부를 사용자의 지휘, 감독의 중요한 지표로 봤다.

대상판결은 판매지점 또는 대표이사 등이 카마스터에게 복무규율이나 각종 제재 조치, 통제방식 등을 통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행사한 경우 카마스터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으나 카마스터인 경우 실제 취업규칙, 복무규정이 없고 자동차 판매영업의 특성상 자율적 영역이 일부 존재한다고 해도 영업활동을 위한 일정 규율과 체계가 존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일정한 제재조치가 주어지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을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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