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섬에 위치한 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전력공사 하청업체 JBC 소속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기고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전이 도서지역 발전사업을 자회사인 한전MCS에 이관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JBC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적을 거부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데다가 서해 5도와 같은 주요 군사 지역의 전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한전은 JBC에 “도서전력설비 위탁운영 신규 계약예정자인 한전MCS와 2024년 2월1일 계약체결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번 자회사 전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한전과 한전MCS가 다음달 1일 계약을 체결한 뒤 한 달 내로 JBC에서 한전MCS로 업무 인수·인계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면 3월 중으로 자회사 전적을 거부한 JBC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JBC는 수십 년간 한전의 도서 발전사업을 독점한 한전 하청업체다. 지난해 JBC 소속 노동자들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한전은 이들 노동자를 직고용하지 않고 소 취하를 전제로 자회사인 한전MCS로 전적을 압박하고 있다. JBC 노동자들은 소송에서 이기고도 자회사로 전적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십 년간 이어지던 한전과 JBC의 수의계약이 종료되고 다음달 1일부터 한전MCS로 도서전력사업이 이관되면 해당 사업을 잃은 JBC가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600명의 JBC 노동자 중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는 145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지부장 이재동) 소속이다. 지부에 따르면 조합원의 3분의 2가량이 서해 5도에 집중돼 있다. 지부 조합원의 상당수가 소송을 포기한 자회사 전적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3월 중 해고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서해 5도는 남북한 접경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꼽혀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동 지부장은 “한전이 소송에서 지고도 번갯불에 콩 볶듯 자회사 전적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 조합원을 비롯한 JBC 직원들이 발전소를 지키고 전력공급과 복구작업에 힘썼는데 이제 와서 한전의 직원이 아니라고 하는 한전의 태도를 보니 몹시 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는 30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 앞에서 자회사 전적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부는 지난 25일 광주지법에 한전을 상대로 자회사 고용 절차 등을 중단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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