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30여년간 도서지역에서 전력발전 업무를 맡아 온 도서지역 발전노동자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이기고도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전이 도서 발전노동자를 자회사인 한전MCS로 전적을 조건으로 항소심 포기를 압박하고 동시에 30년간 이어져 온 하청업체와 수의계약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패소한 한전 적반하장
도서 발전노동자에 불법파견 소 취하 압박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22일부터 ㈜JBC소속의 도서 발전노동자를 상대로 한전MCS로의 (전적)동의서를 수거하겠다고 통보했다. 한전측이 지난 17일과 18일 도서 발전노동자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도서 발전노동자를 한전의 근로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 후 한전과 노동자들은 회의체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데 단 네 차례 회의를 열고 한전이 일방적으로 사측 안을 강행하는 모양새다. 도서 발전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이기고도 자회사인 한전MCS로 넘어가거나 일자리를 잃는 것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전 하청업체인 JBC는 30년 가까이 수의계약으로 도서 발전설비 운영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6월 JBC 노동자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한전은 민간상생협의회를 만들었다. 민간상생협의회는 2차 회의부터 한전, JBC, 한국노총 소속의 JBC도서발전노조(위원장 박정윤)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지부장 이재동)가 합류해 도서 발전노동자의 고용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4차 회의에서는 회의 주체별 이견이 커지면서 진통을 겪었다. 도서전력지부의 경우 직접고용을 원하지만 불가피하게 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소송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JBC도서발전노조는 한전에서 모든 인력의 고용을 보장하고 처우개선을 약속한다면 자회사 전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문제는 한전이었다. 한전은 30여년간 이어진 JBC와의 수의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워 경쟁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답변하는 한편 소송을 취하해야만 자회사로 이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전이 불법파견 시정을 명령한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한전은 “자회사 전적 미동의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는 불확실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전, 민간상생협의회 이어갈 의지 있나”

한전은 4차 회의를 끝으로 설명회를 추진했다. 민간상생협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이 없지만 한전측 입장을 통보하는 설명회가 강행됐다. 지난 17일과 18일 한전 제물포지사와 서광주지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는 이달 22일부터 “JBC 노동자를 상대로 (전적)동의서를 받겠다”고 밝혔다. 협의회가 열린 지 단 두 달 만에 패소한 한전의 요구대로 노동자 고용 문제가 결정되는 모양새다.

소송을 제기한 도서전력지부 조합원들은 소 취하는 물론 한전MCS로의 전적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MCS는 전력 검침과 전기요금 송달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이 소속된 자회사다. 한전의 하청인 JBC보다 처우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또 한전 자회사 중 민영화 1순위로 꼽히는 곳 중 하나여서 고용이 지금보다 불안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 600여명의 도서 발전노동자 중 145명이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 참여한 상태다. 도서전력지부는 한전의 이같은 일방통행에 법률대응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동 지부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이 600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이렇게 일방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한전은 노동자 생존권보다 소송 포기에 목적을 두고 민간상생협의회에 참여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