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30년 가까이 도서 발전노동자를 불법파견한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하지만 한전은 직고용 대상인 도서 발전노동자와의 수의계약을 해지해 고용안정을 흔들고 있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지난달 11일 ‘자가발전 도서전력설비 위탁운영용역 입찰 사전안내’ 공문을 전국 전력업체에 보냈다. 내년 1~12월 65개 도서 발전설비 운영에 대해 일반경쟁으로 낙찰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도 인정한 ‘한전 30년 불법파견’

그동안 ㈜JBC가 맡았던 업무다. JBC는 내륙 발전소에서 송·배전 받기 어려운 섬 지역, 즉 자가발전시설이 설치된 도서지역의 발전시설을 운영해 왔다. 한전은 1996년부터 수의계약 방식으로 도서 발전 운영을 위탁했다. 한전 퇴직자 단체인 ‘한국전력전우회’가 100% 출자한 회사라 수의계약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한전과 JBC 계약관계를 뒤흔들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전이 JBC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유상호·이지숙·김창환)는 지난 6월 JBC 노동자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7월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점검 결과 발표에서 “한전이 직접 수행해야 하고 위탁해선 안 되는 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위탁했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이를 포함해 한전과 JBC 수의계약에서 무등록 업무 위탁, 감사원 통지 의무 위반 등 법령 위반사항 40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최저가 낙찰경쟁, 15년 이상 쌓은 경력 무너뜨릴 것”

그런데 도서 발전노동자에 대한 직고용 책임이 있는 한전은 오히려 고용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 점검 이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곧바로 경쟁입찰 안내 공고문을 발송했다.

JBC도서발전노조(위원장 박정윤)는 즉각 반발했다. 한전이 고용안정 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전과 JBC가 2021년 5월 체결한 ‘한국전력공사 도서 전력 분야 민간위탁 상생협의회 종결 협약서’에 고용안정 내용이 담겼다. “도서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해 위탁운영 계약기간을 초기 2년으로 시행하고 향후 사회적 합의 수준 등을 감안해 2+1년으로 연장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 단위로 변경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계약했다. 협약서에 2+1년 계약 연장 내용이 담겼지만 한전은 의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정윤 위원장은 “협약 당시 고용안정이 제일 중요한 조항이었는데 한전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고 분개했다.

박 위원장은 “갑작스러운 경쟁입찰 전환으로 600명 이상의 도서 발전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며 “경쟁입찰시 최저가 낙찰 경쟁으로 일용직 수준까지 처우가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년 단위 경쟁입찰에 노동자 처우를 고려할 업체가 어디 있겠나”며 “평균 근속연수가 15년 이상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없는 등 여러 사유로 수의 계약을 유지했는데 비판이 계속돼 경쟁입찰로 전환했다”며 “수의계약 종료와 근로자지위 소송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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