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국민 10명 중 9명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의사들의 집단의료 거부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 찬성’ 지난달 여론조사보다 6.6%포인트 증가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와 집단진료 거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1천16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89.3%)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노조가 지난달 4~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2.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한 달 만에 찬성 응답자가 6.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1천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답한 경우가 47.4%로 절반에 가까웠다. ‘2천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8.7%였고, ‘1천명~2천명’이 18.7%였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의대 40곳의 2025~2030년 정원 확대 수요를 조사한 결과 현행 교육수준을 전제로 대학들은 2025학년도에 최소 2천151명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투자를 전제로 하면 2030년까지 누계 최소 2천738명, 최대 3천953명의 수요가 확인됐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의 진료거부 및 집단휴업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가 85.6%였다. 의대 정원 확대의 결정권이 “의사협회”에 있다고 답한 경우는 10.5%에 그쳤다. 응답자 87.3%가 “일반 국민”이나 “보건복지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불법의료 만연, 진료환경 악화

노조는 지난 6일~14일 노조 소속 101개 지부(의료기관수 113곳)를 대상으로 의사인력 현황과 근무여건에 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101곳 중 89곳(88.1%)이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야간과 주말 당직의가 부족하다”고 답한 경우는 95%였다.

의사 인력 부족에 따른 불법의료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의료행위 가운데 대리처방이(72곳, 71.3%) 가장 많았고, 대리 동의서 서명(64곳, 63.4%), 대리 처치·시술(54곳, 53.5%)이 뒤를 이었다.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공백으로 진료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타 병원으로 전원한 적이 있다”고 답한 곳은 76곳(75.2%)이다. 응급실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한 적 있다고 답한 곳도 38곳(37.6%)이나 됐다.

이날 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5가지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 의대 정원 최소 1천명 이상 확대를 포함해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지역·공공 의료 지원 강화 △개원요건 강화, 지역별 병상총량제 실시, 적정수가체계 마련 등 왜곡된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사들의 반대와 몽니에 휘둘릴 게 아니라 국민의 절박한 요구에 따라 분명하고 강력하게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할 때가 아니라 붕괴 위기로 치닫는 필수·지역·공공 의료를 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의협 소속 의사들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약 800명이 모인 가운데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반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11일부터 진행한 의협 회원 대상 총파업(진료거부) 관련 찬반투표도 이날 자정 종료했다. 의협은 찬반투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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