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잡음이 커지고 있다. 집단 진료거부를 하겠다던 대한의사협회가 진료거부 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같은 의사단체의 반발에 휩싸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의협을 파트너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해 빈축을 샀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11일부터 시작한 집단 진료거부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전직 의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미래의료포럼은 12일 성명을 통해 “투표 결과를 의협회장만 알 수 있고 회원들도 알 수 없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해괴망측한 투표를 중단하고, 강행한다면 결과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투쟁’을 강조한 범대위 인선도 내홍을 자초했다. 의협 범대위 투쟁위원장직을 맡았던 최대집 전 의협회장은 이날 사퇴했다. 최 전 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설립이 추진됐던 공공의대에 반대하면서 집단 진료거부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의협쪽은 최 전 회장의 투쟁위원장직 사퇴와 관련해 “최 전 회장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고 간략히 해설했다.

의사단체가 내홍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는 의협하고만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21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연속 근무시간 등 근무여건 개선 △전공의 배치 기준 개선 등 전문의 중심 병원인력 운영 △수련과정 및 지도전문 체계 내실화 △수련비용 지원 확대 △전공의 권익강화 방향의 정책 추진에 합의했다. 의사인력 규모와 관련한 논의는 다음 차수 회의로 미뤘다.

이대로라면 의료현안협의체는 결국 의대 정원 증원 흥정에 국한할 우려가 크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논의를 촉발한 필수·지역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는 실종하되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를 두고 다투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니라 의료인력 확충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넓게 수렴할 거버넌스가 필요한데 정작 당사자들이 대화에서 배제된 것”이라고 개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의료 확대와 관련한 의제는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복원 논의만 남은 양상이다. 그마저도 불투명해 노조는 천막농성과 집단 단식농성을 병행하고 있다. 노조는 17일 의협의 집단 진료거부 설문조사 마감에 맞춰 의협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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