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지부장
▲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정기훈 기자>

14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0도.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단식 중인 상담노동자들의 몸은 더욱 말라갔다. 지난 1일부터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의 쟁의대책위원 12명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겨울의 단식은 몸을 금방 망가뜨렸다. 단식자는 하나, 둘씩 쓰러져 이제 이 지부장만 남았다.

“내는 버텨야 안 카겠어요. (공단이) 꿈쩍도 안 하네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이은영 지부장(52·사진)이 말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이어가는 단식. 2021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식한 이후 이 지부장은 다시 곡기를 끊었다.

“한의원에서 그러더라고요. 두 번째 단식이라고 몸이 에너지를 조금씩 쓰는 갑다고.”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 지부장과 여현옥(48) 지부 대구지회장을 만났다. 두 상담노동자는 바싹 마른 얼굴로 “소속기관 전환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입사과정에서 평가 거쳐
공개경쟁 채용은 중복 시험 보라는 이야기”

- 12명이 집단 단식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은영 :
너무 오래 2년이나 기다렸다. 내년 3월이 되면 용역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다급했다. 2021년에 파업을 하고 복귀했다고 해서 투쟁이 끝난 건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여러 투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지쳐있었다.

공단이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들고나온 안은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안이다. 내부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쟁대위원들이 결심했다.

여현옥 : 2021년에 (소속기관으로)정규직 전환하겠다고 약속받았다. 2019년 2월 이후 입사자에게 공개경쟁 채용하겠다는 공단 안은 전체 인원의 40%가 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안이다. 정규직 전환이 아니다. 어떤 노조가 이걸 받아들이겠나.

이은영 : 2~3년마다 수의계약을 하는데 12월이 되면 공단이 공고를 내고 업체를 평가한다. 기존에 있던 업체가 평가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른다. 이전에도 노·사·전문가협의체를 하다가 업체가 바뀐 적이 있다. 업체가 바뀌면 단체교섭을 처음부터 다시 한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사는 용역업체 소속의 상담노동자를 ‘소속기관’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2년간 노·사·전문가 협의체 논의 끝에 지난달 공단은 2019년 2월 이후 입사자 700여명을 대상으로 공개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부는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 일각에서는 공개경쟁 채용이 정당하다고 말한다.
이은영 :
공단 상담사로 들어오려면 3주 교육과 평가를 거쳐야 한다. 교육받을 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입사를 시키지 않는다. 이미 입사 과정에서 평가받았는데 다시 공개경쟁 채용을 하라는 건 시험을 두 번 보라는 이야기다.

여현옥 : 2019년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라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이 발표된 시점을 기준으로 공개경쟁 채용을 하라는 거다. 그럼 (소속기관 전환이 결정된) 당시나 발표 때 공개경쟁 채용을 원칙으로 했다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 이 기준을 들이미는 건 구조조정밖에 안 된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일한 상담사의 숙련도와 경력을 왜 인정하지 않나.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노조법 개정안, 하청노동자에겐 절실”

- 지난 2년간 공단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여현옥 :
2021년 10월 소속기관 전환이 결정되고 나서 노·사·전 협의체가 7개월 뒤에나 열렸다. 이후 공단이 소속기관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용역 결과가 2022년 12월에 나왔다. 이후 이사장 공석 등 갖은 이유를 대다가 지난달 처음 입장을 낸 게 ‘700명 공개경쟁 채용’이다.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고 하는데 상담사들은 협력업체에 맡기고 전화만 많이 받게 하면서 이들의 건강은 책임지지 않는다. 상담사 건강, 임금부터 교육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속기관 전환밖에 답이 없다. 이건 공단과 우리만의 약속이 아닌 전문가들과 함께한 ‘사회적 약속’이었다. 공공기관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

공단이 교섭자리에서 말하더라. 정부 때문에 소속기관 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이를 늘리려고 한다. 정부를 등에 업고 공단도 버티고 있다.

- 소속기관으로 전환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현옥 :
용역업체와 교섭을 하면 ‘우리는 권한이 없다. 원청에게 이야기하라’는 답만 돌아온다. 노동조건을 개선할 권한이 하청업체에 전혀 없다. 용역업체는 단순 노무관리만 하고 있다. 현재 12개 고객센터가 모두 다른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고 운영부터 임금체계가 모두 다르다.

공단의 다른 소속기관의 경우 공단 이사장에게 교섭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 자리에 나온다. 상담사가 하나의 소속기관으로 통합되면 일자리의 질도 높아지고 상담의 질도 높아지게 된다.

-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는 1천개 업무를 맡는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강도는 어떤가.
이은영 :
상담사는 공단처럼 부서별로, 업무별로 나뉘어 있지 않아 모든 분야를 다 알아야 한다. 하나의 질문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보험료 조정, 부과, 자격 등 복합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소속기관으로 전환이 되면 교육시간을 요구할 수 있고 교육이 체계적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은 센터마다 강사가 달라 간혹 지역별로 상담 내용이 다르다는 피드백을 받곤 한다.

현재 상담사가 받는 콜은 인입량의 26%다. 700명을 구조조정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리한 주장이다. 현재 상담은 바로 입사해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최소 1년 정도는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정도다. 700명이 신규 입사하면 남은 상담사들의 노동강도도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도 함께하고 있다.
이은영 :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우리는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공단이 파업에 참여한 상담사 400명을 상대로 기물파손,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했는데 노조법 개정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당장 손해배상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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