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은평구 소재 건설사 주식회사 제효의 이아무개 대표에 대한 첫 재판이 5일 오전 진행됐다. <제효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서초동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해자의 과실이 큰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건이자 법 시행 이후 18번째로 기소된 사건이다.

서초동 공사현장 도장공 5미터 아래 추락
안전모 미착용에 안전대 걸이 없이 작업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이종민 판사)은 5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은평구 소재 건설사 ‘주식회사 제효’ 대표 이아무개(68)씨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올해 6월2일 검찰이 기소한 후 한 차례 공판이 연기돼 3개월여 만에 첫 재판이 열렸다.

도장공 A(사망 당시 65세)씨는 지난해 3월25일 오후 1시께 서초동 복합시설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 환기구 개구부에서 문틀 페인트칠을 하던 중 약 5.8미터 아래인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A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안전대 걸이를 하지 않은 채 작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 및 장비의 구비와 관련한 예산 편성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4조)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 결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 B씨가 환기구 위험을 개선하지 못하고 추락방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공사는 66억원 규모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대상이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은 건설사에도 안전대 걸이와 추락 방호시설 미설치를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사측 “재해자 과실 상당, 왜 사고 났는지 의아해”
명목상 안전관리자 선임, 당시 도장반장 증인신문

이씨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 판사가 “피고인도 같은 의견이냐”고 묻자 이씨는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과실이 있으므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고는 유독가스 측정 없이 사망하거나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사고와 차이가 있다”며 “개구부가 사람 상체 정도 크기라 다른 노동자들도 왜 사고가 났는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재해자의 자기안전보호 의무 과실이 상당히 크므로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모두 지우는 것은 매우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건설사는 안전보건공단의 추락 방호시설 부실 지적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 사고 발생 4개월 전 안전관리자가 퇴사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이씨측 변호인은 재판 직후 취재진에게 “전임 현장소장은 안전조치를 철저히 했는데, 후임이 오면서 위험성평가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공감해 혐의를 인정해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0월17일 속행된다. 당시 도장공정 반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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