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인천본부 등으로 구성된 인천중대재해대응사업단과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가 지난 2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시너지건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준표 기자>

‘중대재해 3호’ 사건도 원청 대표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호 사건’인 한국제강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을 제외하면 1심은 모두 집행유예로 결론 났다. 검찰의 낮은 구형량에 더해 법정형도 하한선으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적 하청노동자 사망, 5개 의무 위반
두 차례 벌금형 전력, 하한선 못 넘어

인천지법 형사10단독(현선혜 판사)은 지난 23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 화성시 건설사 시너지건설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건설사 법인에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주문했다. 올해 2월2일 기소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청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B사 실제 대표에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산업안전사고 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하청 법인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 판사는 “피고인들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다”며 “사업장 종사자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강조했다. 시너지건설 법인도 2017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면서도 “A씨는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를 초과한 전과는 없다”며 유족과의 합의로 인한 처벌불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A씨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5개 이상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업무 절차(시행령 4조3호)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관리 예산 및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4조5호) △종사자 의견 청취절차 마련 및 이행 여부 점검(4조7호)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위험요인 제거 매뉴얼 마련(4조8호) 등 시행령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하청업체 소속 중국인 노동자 B(사망 당시 42세)씨는 지난해 3월16일 오전 9시40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의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 지하 1층에서 거푸집을 받치는 동바리(가설지지대)의 높낮이를 조정하던 중 동바리가 쓰러져 가슴을 맞았다. 그 충격으로 넘어져 적재된 철근 더미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사고를 입었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은 공사금액(72억5천120만원)이 50억원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법조계 “중대재해 심각성 인식 부재”
“가중요소 눈감고 솜방망이 처벌”

법조계는 법정형 하한에 머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A씨의 경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하한선에 그친다. 검찰 구형량인 2년의 절반이다. ‘중대재해 2호’ 판결인 한국제강 사건(원청 대표 징역 1년 선고)을 제외하면 모두 집행유예에 그쳤다. 1호 사건인 온유파트너스 대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원청 대표는 두 차례 벌금형 전력이 있어 가중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법정 최저형을 선고했다”며 “중대재해의 심각성에 대한 판사의 인식 부재”라고 비판했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원청 대표의 처벌 전력이 명확하지 않아 선고형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없다”며 “재범 내용이 충분히 판결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사안의 심각성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인천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총 3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19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너지건설 외에 원청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아직 없다. 이 중에는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 사건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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