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파리바게뜨 빵을 만드는 SPL 평택공장에서 지난해 10월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동석 SPL 대표이사와 법인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SPC 계열사에서 잇따르는 중대재해 고리를 끊기 위해 허영인 그룹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법적 처벌을 피하게 됐다.

“뭉친 소스 풀기 위해 배합기에 손 넣고 작업”
위험천만 작업 행위 이전에도 다수 확인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윤정)는 25일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을 하던 근로자가 배합기에 끼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공장장 등 3명은 업무상과실치사, SPL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15일 SPL 노동자 A씨(사망 당시 23세)가 숨진 뒤 구성한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에 따르면 재해자의 오른팔이 가동 중인 교반기 회전날개에 걸렸고, 그는 교반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른팔이 교반기 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재료를 섞기 위해 교반기에 직접 손을 넣었거나, 밤샘근무로 졸아 잠시 균형을 잃고 오른팔로 몸을 지탱하려다 헛짚었을 가능성 등으로 추정됐다. 사고 추정 경위를 토대로 대책회의는 2인1조 작업이 무시된 1인 작업, 생산속도를 위한 안전조치 위반 등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재해 경위도 대책회의의 추정과 다르지 않았다. 재해자는 뭉친 소스를 풀어주기 위해 가동 중인 혼합기 안에 손을 집어넣고 배합작업을 했다. 오른팔이 혼합기 회전축과 회전날에 말려 들어가 질식으로 숨졌다.

혼합기에 손을 넣는 위험한 작업은 이전에도 반복돼 왔다. 검찰 조사 결과 혼합기 내부에 손을 집어넣고 작업한 경우가 다수 확인됐고, 내·외부 안전점검에서 덮개가 개방된 채 가동되는 점이 여러 차례 발견돼 사고발생 위험이 있다는 주의를 받았다. 해당 사업장은 최근 3년간 유사한 기계끼임 사고가 12건이나 있었다.

검찰은 이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강동석 대표이사가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 반기 1회 이상 점검, 관리 감독자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 등 세 가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규정된 사업주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위험작업을 방치하고, 2인1조 등 적절한 인원을 배치하지 않은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대책 수립했어도 미이행했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번 사건은 반복된 기계끼임 사고에 대해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이행하지 않은 점을 사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번째 사례다. 검찰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마련했어도 그 절차에 따라 제대로 된 점검·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기소 이유로 밝혔다. 계획을 수립했다고 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SPC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하지 않으려면 허영인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번에도 외면됐다. SPL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A씨 유족이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는데도 강동석 SPL 대표이사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허 회장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검찰은 “SPL은 별도의 법인으로서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라며 “(허영인 회장은) SPL 사업을 대표하거나 안전보건 등 업무에 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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