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주 최장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으로 주춤했던 이른바 ‘노동개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노동부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노사관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불법적인 노조전임자와 운영비 원조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부당노동행위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해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노조회계 투명화를 이유로 노조 회계장부 공개를 추진했던 것과 유사하다. 다시 노조혐오 정서를 부추겨 노동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대, 현금 수억원”
조만간 실태조사 발표 … 노조 비리집단 몰기

이정식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진정한 노사법치주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모두 법과 원칙을 지킬 때 확립될 수 있다”며 “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역량을 집중하고 불법적인 전임자 급여 지원 등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사관계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한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현황 등 실태조사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대와 현금 수억원을 사용자에게 받은 노조와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원받은 노조, 근로시간면제자가 315명으로 면제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사업장 등이다.

노동부는 “다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담합해 제도를 위법·부당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근로시간면제와 운영비 원조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마무리해 발표하고, 위법행위는 감독을 통해 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경사노위 자문단 논의 결과를 반영해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지원을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을 발족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조회계 공시 제도처럼 반강제적인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와 산하조직들이 노조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임금체불·모성보호 위반 기획감독 강화
“해야 할 일 성과 포장, 노조활동에 족쇄”

노동부는 노사법치의 일환으로 임금체불, 모성보호 위반, 직장내 괴롭힘 기업을 대상으로 기획근로감독도 확대·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상습·고의적 임금체불 의심 사업장 130곳과 임금체불이 잦은 건설현장을 기획감독한다. 최근 대규모 임금체불로 논란이 된 대유위니아 일부 계열사의 임금체불도 수사한다.

이정식 장관은 “각 지방관서에서는 노동개혁과 노사법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새기고,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올 한해 남은 기간 동안 노동개혁을 포함한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수행과 성과를 위해 일선에 있는 우리 공무원은 복무에서부터 업무수행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갖고 전념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1천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근로시간면제 및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현황을 일부 발표해 노동조합 망신 주기를 이어 가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사측을 처벌할 생각도 의지도 없으면서 그저 노조를 망신 주기 위한 발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사법치주의라는 미명 아래 임금체불 근절, 모성보호 위반, 직장내 괴롭힘 기획근로감독 등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성과로 포장하고 법과 노사협의에 의한 노조활동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견 완화, 노조활동 개입 강화
논의 마무리 단계

정부의 노동개혁은 당초 예고한 것보다 많이 지체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신호탄이었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최장 주 69시간 장시간 연장근로 논란에 부딪혀 지난 4월 정책 재검토를 약속했다. 노동부는 8월 말까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실태조사·심층면접조사(FGI)를 진행해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달 중 발표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짜 연장근로를 유발하는 포괄임금제도 개선 방안 발표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연계돼 지연되고 있다.

조사는 막바지 단계로, 향후 정책방향과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9월 초에는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방안과 근로자파견제도 개편 방안을 다루는 경사노위 소속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와, 민주적 노조운영 방안 등을 얘기하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 논의도 마무리 단계다. 당초 연구회와 자문단은 상반기 중 연구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는 현장 간담회를 진행 중”이라며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쟁점이 많고 논의해야 할 게 많다. 자문단도 계속 논의 중”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 어떤 식으로 공론화할지, 이야기를 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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