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SPC 계열사인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반죽기계를 다루던 중, 하부 노즐을 확인하던 재해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동료 작업자가 기계 시동 버튼을 누르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휴먼 에러에 기인한 사고라 할 수 있다.

휴먼 에러는 인간이 저지른 실수가 일으킨 사고로 정의할 수 있다. 작업 절차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거나, 잊어버렸다거나, 시간 내에 이행하지 못했다거나, 불필요한 작업을 진행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휴먼에러가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 강구가 산업안전관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휴먼 에러가 단순히 ‘작업자 잘못’으로 소모되는 현실이다. 사고의 원인을 작업자가 게을러서, 집중하지 않아서, 실력이 없거나 미숙련자라서 발생했으니, 개인 탓이므로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오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SPC 샤니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사측의 주장 위주로 구성한 “SPC 샤니 ‘의무 설치 장치 모두 갖춰… 안전 투자 조기 집행’” 제목의 기사에서 사측의 입장을 중요하게 다뤘다. 동료 작업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축소한 전형적인 보도다.

회사의 안전조치가 완벽하다면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 시사IN보도에 따르면, 2년 전 재해가 발생한 장소에 설치된 설비와 같은 종류의 설비 작업 중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당연히 위험성 평가나 안전작업절차를 갱신하면서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회사측은 반죽볼로 인한 사고를 안전작업표준서상 수칙으로 명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사고 당시 정황으로 봐, 해당 부분에 대한 안전조치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89조에 따르면 기계 시작 전 신호 방법을 정하고, 이에 따라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안전작업절차에 수립 또는 교육이 부실했다는 반증이다.

사측은 ‘안전장치를 설치할 의무가 없는 설비’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안전장치 설치 의무가 없더라도, 사고 이력이 있으면 설치하고,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없는 내용이라도, 사고 사례가 있으면 자체 규정으로 관리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 평택 SPL 중대재해를 경험했음에도 안전보건관리체계 운영이 미흡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20년 7월 캐나다 퀸즈대 조던 포팽크 박사팀은 인간은 1분에 6.5회 생각을 바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평균 6천200번가량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딴생각을 할 수 있으며, 딴생각하지 않더라도 하루 2번가량 실수를 저지른다. 물론 80%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며, 20% 정도가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휴먼 에러가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한 설비를 개선(Full Proof)하고, 위험성평가와 안전작업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 이중삼중 조치해야한다.

당연히 분기마다 세 시간씩 시행해야 하는 안전교육과 매일 작업 전후로 실시하는 TBM(Tool Box Meeting)을 통해 작업자들이 안전교육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도록 반복해야 한다. 또한 추가 위험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활용하고, 위험성평가와 안전작업절차를 주기적으로 갱신해 반영해야 한다.

최근 학계에서는 휴먼 에러를 휴먼 팩터(Huma Factor)로 바꿔 부르는 추세다. 개인의 실수는 산재의 다양한 ‘요인’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를 저지를 확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안전교육을 꾸준히 시행하고, 관리자들이 안전 순찰돌면서 주의 주고, 과거 사고를 기준으로 충분한 대응과 설비 개선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휴먼 에러가 발생해도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산업안전의 가장 기본이다. 중대재해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휴먼 에러’를 단순하게 축소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은 실수하고, 기계는 고장난다.”이 말을 명심하고 안전한 일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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