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일자리 이동 지원을 위한 법안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 이름은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확정됐고,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이란 표현은 채택되지 못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논의는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위원회를 두고 진행하기로 했다. 노사 동수 참여는 결국 법문에 기재되지 못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법으로 의미가 적지 않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벌써 우려가 나온다.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위 운영
“지금도 유명무실, 당사자 참여 보장 못해”

환노위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노동법안소위를 열고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의결했다. 여야 모두 동의한 법안으로 이르면 다음달 2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위에서는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에 관한 법률안(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논의됐고, 대안반영 폐기됐다.

법안의 목적으로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이동, 노동전환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은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위원회를 두는 방안으로 확정했다. 노동부는 고용정책은 다른 업종과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어서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정책도 고용정책심의회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계의 노사 동수 참여 법률 명시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심의회 구성은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에 규정해야 하는 것으로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불가능하다는 고용노동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노사 동수가 참여한 전문위 구성을 담은 시행령을 노동부가 6개월 이내 제정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남겼다. 결국 법안은 이은주 의원을 제외한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노동계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정의롭게 실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산업전환시 피해를 지원하는 법안으로 소극적인 대책 마련에 그쳤고 당사자 참여도 담보하지 못한 생색내기용 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첫발을 뗀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방안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고용정책심의회가 지금도 유명무실한데 노동자 의견 반영되고 제대로 운영이 되겠느냐. 결국 노동부 뜻대로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폭염대책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노동부 반대

민주당의 “이달 중 통과” 약속이 무색하게 폭염대책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쟁점 사항이 많은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폭염대책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10건으로, 폭염·한파 등을 사업주의 작업중지 조치 사유에 포함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는 내용, 폭염 등으로 인한 작업중지시 손실 임금을 정부가 지원해 보전해 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노동부는 이날 회의에서 “법 체계상 적절치 않다” “법 개정 실효성이 없다” “근로자의 작업중지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중지 조치 사유에 폭염·한파에 노출된 장소에서 작업해 건강장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포함해야 한다는 법안 내용에는 “‘폭염·한파로 인한 건강장해 발생 가능성’은 다른 위험요인과 비교해 특별히 중요도가 높거나, 급박한 위험에 포괄되지 않는 별도의 위험이 아님에도 해당 내용만 법률에 열거하는 것은 법체계상 적절치 않다”고 노동부는 반대했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사용 요건을 확대하고, 작업중지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 혹은 배상청구를 금지하는 조항은 “근로자의 작업중지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 “(사업주의) 헌법상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은 1회독을 하며 노동부의 의견을 들었는데 다 반대를 해서 의원들이 각자 주문사항을 전달하고, 안을 좀 만들어 오라고 하고 끝났다”고 전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다음에 열리는 노동법안소위에서 추가 논의한다.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직업소개사업 종사자가 다류 조리 및 판매업, 단란주점, 유흥주점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노동자를 성희롱한 고객도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