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전력연맹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내놓은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제정남 기자>

기업의 탄소배출 감소 의무를 완화해 비판받는 1차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반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발전부문 노동계는 기본계획이 노동자를 배제한 채 결정돼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 뺀 탄소중립녹색성장위가 내놓은 기본계획
기업 부담 완화 골몰한 계획이라는 비판 계속

한국노총과 전력연맹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을 재구성하고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가 지난 4월10일 발표한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탄소배출량은 기존 계획대로 감축하되 산업계 감축 부담은 낮추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는 조금씩 완만하게 감축하다가 차기 정부에서 큰 폭으로 줄이도록 계획한 점도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30년과 비교해 40%를 감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전체 감소 총량은 유지하면서도 산업계 감축 부담은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감소 목표량을 100으로 치자면 윤석열 정부 임기 중 25를, 임기 종료 이후인 2028년부터 2030년 사이 3년간 나머지 75를 줄이도록 정했다.

이같은 기본계획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10월26일 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가 출범할 때부터 예고됐다. 32명의 민간위원을 위촉하면서 1기 위원으로 참여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배제하고 전문가와 재계 인사를 전면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 단체들은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는 “(위원회의)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위원에서 배제해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위원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이런 위법한 위원회가 발표한 기본계획은 무효라는 것이 한국노총과 연맹의 주장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지키지 않은 채 위원 구성
“위법한 위원회가 내놓은 기본계획은 무효”

연맹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기본계획은 무효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최철호 연맹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산업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과 대화 없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갈등이 촉발하고,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노동자가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한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58기 중 28기를 폐지한다. 발전부문 노동자의 고용문제가 불거지지만 정부는 노동계와 머리를 맞대지 않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노동자 목소리는 지우고 산업계 대표를 비롯한 친기업 전문가들만 모여 만든 기본계획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기본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법률적으로도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지키지 않은 채 위원회가 구성됐다”며 “위법하게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가 발표한 기본안은 위법이라는 사실을 소송으로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소송을 ‘정의로운 전환 소송’이라고 명명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기본계획에 대한 반발은 노동계만이 아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기본계획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잇달아 내고 있다. 산업계 탄소배출량을 줄여 주면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부족분을 채우도록 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감축 목표가 미흡하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에서 제시한 감축 목표가 낮아 미래세대에 많은 부담을 지우는 등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배한다는 취지의 위헌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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