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고용안정법)이 4월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 5일 고용정책심의회에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위원회를 신설하는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는 등 밑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전부터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 역할을 해야 할 전문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별도 채널 신설” 노동계 요구에
‘전문위 구성’으로 국회 타협했는데…

정부는 4월25일 시행되는 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라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고용정책심의회는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기구로, 고용정책심의회 아래 신설되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위는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기구가 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당초 법 제정 과정에서 산업전환을 논의할 별도 채널 신설을 요구했지만, 여야는 고용정책심의회 아래 전문위원회 구성으로 타협했다.

민주당은 신설될 전문위에 노사 동수 참여를 법문에 담자고 요구했고, 장관도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이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26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산업전환고용안정법) 공포 후 6개월 안에 분명하게 시행령으로 노사가 대등하게 참여하고, 한두 명의 의사를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대표성을 띠는 조직들이 들어와서 의견을 낼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되도록 제대로 역할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해 달라”고 이정식 장관에게 요청했다. 당시 이 장관은 “이수진 위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정의로운 전환이 되고 그 이해관계자의 의견들이 충분히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부대의견에 있는 대로 6개월 이내에 제대로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에도 노수 동수 참여 등의 내용은 빠졌다.

노동부쪽은 “각 전문위는 자기 분야, 전문성 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구성하도록 실무적으로 운영된다”는 입장으로, 향후에도 하위법령에 해당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기존 전문위 ‘유명무실’

고용정책심의회가 운영하는 기존 전문위 구성과 운영 현황을 보면 노사 동수 참여가 보장될지, 나아가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위를 구성하는 위원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장인 노동부 장관이 위촉·임명한다. 노사대표·관련 전문가 등 민간위원·정부위원이 20명 이내로 구성돼 활동한다. 노사 참여가 강제는 아니다.

현재 운영 중인 8개 전문위(지역고용·고용서비스·사회적기업·적극적고용개선·장애인고용촉진·건설근로자 고용개선) 중 지역고용전문위는 노사 위원이 참여하지 않는다. 7개 전문위에 노사 위원이 동수로 참여하지만 10~19명의 전체 위원 중 각 1~2명에 그쳐 논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바꾸기도 어렵다. 전문위는 정부가 추진할 정책을 위원들에게 설명하는 기구에 그친다.

회의는 가뭄에 콩나듯 열린다. 2022년 고용정책심의회 전문위원 활동상황을 보면 6개 위원회가 11번의 대면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 하나당 2번이 채 안 된다.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는 서면회의만 5차례 진행했고 대면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2022년 신설 후 지난해부터 운영한 직업능력개발·가사근로자고용개선 전문위는 각각 2023년 한 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고용정책심의회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고용정책심의회 대면회의는 3차례 열렸다. 서면회의까지 포함하면 총 6차례 개최했다.

“정부 의지 없으면 전문위 제 기능 못해”

정부의 의견수렴 의지에 따라 고용정책심의회와 전문위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고용정책심의회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고용정책심의회 위원장인) 장관의 태도에 따라 (위원들의) 역할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이 심의회를 통한 의견수렴 의지가 없다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노동계가 실무위 구성과 정기회의 의무 개최 등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앞서 한국노총은 “신설된 전문위가 실효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월 1회 이상의 정기·대면회의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명시하라”고 요구해 왔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본부장은 “노사 동수라고 해도 노사 합해 2명, 4명 정도로 나머지는 다 전문가나 정부위원들로 의결구조 자체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며 “대등한 논의를 위해 노사 위원뿐 아니라 정부, 전문가 위원을 동수로 구성해야 하고 전문위와 별도로 실무위원회를 만들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고용정책심의회가 논의하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니 전문위원회에서 의결까지 할 수 있는 구조인데 지금 문제는 전문위 회의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실무 논의를 활발하게 하든지, 실무위를 구성하든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정책심의회를 참여해 온 윤동열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고용정책심의회가 심의기구로서의 역할은 하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사전단계인 전문위가 고용정책심의회보다 더 활발하게 열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