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한국주택토지공사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아파트 공사 철근 누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설계·시공·감리에 LH 전관업체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설 이권 카르텔’의 온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내부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관리·감독할 인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철근 누락사태의 원인을 LH에만 돌리면 건설사들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불법 하도급 등 구조적 원인이 지워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LH 사업 전체 필요 감독인원 35% 수준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아파트 15곳 중 5곳은 LH가 직접 감독했다. 문제는 감독인원이 건설기술 진흥법상 현장 규모별 의무 배치기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4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LH의 자료 ‘무량판구조 설계·시공 누락현황 중 감독지구 현황’을 살펴보면, A지구 기준인원은 8.4명인데 배치인원은 2.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원 비상주 인원이었다. B지구 기준인원은 8.4명인데 3.8명만 배치됐다. C지구 기준인원은 7.5명인데 3.2명만 있었다. D지구 기준인원은 8.1명인데 4.3명만 배치됐다. E지구 기준인원은 9.2명인데 7.5명(상주 3.2명, 비상주 4.3명)뿐이었다. 다만 해당 지구들은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2019년 7월1일) 전 착공됐다.

LH 관계자는 “현장 감독들은 8명이 할 일을 2명이 하며 혹사당했다”며 “나머지 10곳은 우리 감독인원이 모자라 외부업체가 맡은 감리(건설사업관리기술인) 지구다. LH가 직접 감독하던 시절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LH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사업비는 2배 넘게 늘었지만 인원은 오히려 줄었다. 사업비는 2018년 14조1천967억원에서 2022년 40조4천19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인원은 2018년 8천329명에서 2022년 8천559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2021년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최근 2년간 1천180명이 줄기도 했다. LH는 사업량 증가에 따른 증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독인원은 전체 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35~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인기능등급제 활성화가 해결책”

이번 사태에서 LH가 과도한 표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발주청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부실 공사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는 취지다.

건설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무조건적 물량 죽이기로 나타나는 불법 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이 부실 시공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시공사(종합건설업체)가 적정 공기를 무시한 채 공기를 최대한 줄이고, 다단계 불법 하도급으로 이윤을 내는 구조에서 부실 공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장은 “LH 관리·감독도 문제고 전관예우도 문제겠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며 “LH가 이권 카르텔로 지목되는 순간 대기업 건설사들의 이권 카르텔이 지워진다”고 비판했다. 함 원장은 “LH 전관예우 해결책이 아니라 건설기능인등급제 활성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며 “철근노동자의 90% 이상이 매일 다른 현장을 가는 로타리팀이다. 도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 시공할 수 있는 사람을 의무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공분 악용한 공공기관 단협 개입?

기재부는 이번 사태를 이용해 LH 등 공공기관 복지 축소에 나섰다. 기재부는 2일 ‘공공기관 복리후생제도 운용 현황 점검’을 통해 LH가 복리후생 규정을 12건 어기고 과도한 복지제도를 누리고 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노동계는 기재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단체협약 개입 및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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