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동북지대가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폭우 속 공사를 강행한 GS건설과 이를 묵인방조한 동대문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당정이 필수 철근을 누락한 아파트, 이른바 ‘순살아파트’ 사태의 재발방지 입법대책으로 ‘건설현장 정상화 5법’ 통과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5월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숨진 뒤에도 ‘노조 때리기’를 지속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노동자들은 부실시공 처벌 강화와 건설 감리업체의 안전 책임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에 건설노조 활동 위축에 집중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노조 힘 빼는 내용만 가득

당정은 지난 2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내놓은 아파트 철근 부실시공 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의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한 점이다.

건설현장 정상화 5법은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계관리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다. 건설노조 활동 위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내용들로, 올해 2월부터 시작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 후속 조치로 민당정이 내놨던 안들이다.

다섯 개 법안 중 ‘순살아파트’ 사태와 결이 맞는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뿐이다. 이마저도 사태 원인으로 지적된 부실시공과 불법하도급에 대해 징역형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내용만 사태와 조응한다. 나머지는 건설노조 힘을 빼는 내용들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편법 작업 요구를 거절하는 것을 태업으로 보고 자격을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하고, 특별사법경찰을 건설현장에 도입하는 근거를 신설하며, 노조의 채용 요구는 채용 강요로 보고 과태료가 아닌 형벌로 처벌하도록 했다. 노조법 개정안에는 노조의 불법·부당행위에 관한 규율을 마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장 사고 막는 노조인데 ‘때리기’만
“부실시공이 노조 책임? 건설안전특별법 필요”

건설노조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 노조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안전의 위협을 받는 것은 현장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협상력을 키우는 노조의 존재가 쪼그라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노조가 있는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철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의문을 제기하며 항의할 수도, 공론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현장은 (현장이 선택하는) 도급팀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경인지역 현장에서 실제로 시공 중 조합원들이 철골이 적게 들어가는 데에 이상함을 느껴 원청에 도면 확인을 요청했고, 그 후 철골을 보강시공한 사례가 있다. 김준태 국장은 “안전 문제를 현장에서 항의해 개선해 낸 사례들도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할 노조의 힘을 빼는 법을 (현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는 건 부실시공 책임을 우리에게 묻는 걸로 보인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순살아파트 대책으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처에도 관리·감독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회는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발생 이후 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을 지는 건 부당하다”는 재계 반대로 법안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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