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경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철근 누락’ 사태 관련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해법은 전관업체 계약 해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일 LH 전관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향후 용역업체 선정시 LH 퇴직자 명단을 의무 제출하도록 하자 업체들은 이달까지 LH 출신을 내보내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LH 전관예우를 근절하면 최소한 공공주택에선 부실공사 문제가 사라질까. LH 내부에선 정부가 부실공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실행하는 공공기관이다. 국토부는 1년 단위로 공급물량 계획을 쏟아내고, LH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다. 고질적인 인력부족에 실적 압박까지 더해졌다. ‘물량 맞추기’에 급급해 안전 공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기한 쫓겨 ‘무조건 착공’

21일 LH노조에 따르면, LH 경영평가에서 공공주택사업 성과는 국토부가 계획한 ‘사업승인’ 및 ‘준공’ 호수를 LH가 얼마나 이행했는지로 측정된다. 문제는 사업기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연초 국토부로부터 한해 물량 계획을 통보받으면, 사업기획부터 승인 완료까지 10개월(3~12월) 안에 끝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사업승인 절차를 단축하고 있다. 택지 인허가 완료 뒤 확정된 주택건설지표로 주택 인허가를 추진할 경우 최소 13개월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다. 현실은 택지·주택 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9개월까지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 협의 등의 과정에서 지구계획이 변경되면 설계공모 및 기본설계 수정이 불가피하다. 급하게 수정하면서 설계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착공 전까지 설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부 고시 및 사규에 따르면 기본설계의 경우 설계공모부터 계획설계, 기본설계까지 235일(약 8개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기획~승인 기간 10개월을 맞추려면 절반가량인 4~5개월 만에 끝내는 실정이다. LH노조 관계자는 “설계 담당 직원이 오랜 고민을 통해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공모해야 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 체감상 2배 이상은 줄었다”며 “기본설계 품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본설계가 흔들리면 실시설계 수정사항이 늘어난다. 그러나 실시설계 역시 사규상 사업계획 변경부터 실시설계, 견적까지 최소 9개월이 필요하지만 6개월 내 진행되고 있다. LH노조 관계자는 “설계가 제대로 안 돼도 정해진 시간에 준공하려면 일단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며 “설계 기간 부족으로 품질 하락과 안전성 미확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 경찰조사·국감 준비 투입

사업 기간은 빠듯한데 사업량은 늘고 인력은 줄고 있다. 주택건설 사업승인 목표 호수는 2013년 4만호에서 2023년 7만8천호로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반면 이를 수행하는 인력은 2013년 50명에서 2023년 50명 그대로다. 1명당 담당하는 블록은 2013년 2.2블록에서 2023년 3.6블록으로 증가했다.

구조설계 감독인력도 10년 전과 대동소이해 1명당 담당 블록은 2013년 11.2블록에서 2023년 20.2블록으로 2배가량 늘었다. 수행 물량이 많아 구조안전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토부는 향후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정책이다. 전임 정부가 약속했던 210만호를 넘어서는 물량이다. 하지만 지난 7월 기준 사업승인 실적은 26%, 착공 실적은 3%에 불과하다. LH노조 관계자는 “공공주택본부 직원들이 (철근 누락과 관련해) 경찰 조사받고 국정감사 자료 만드는 데 모두 투입돼 있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슈화만 되고 부실공사 문제 해결은 안 되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부터 집을 많이 짓겠다고 정책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서 실적 달성 압력이 가해지면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효율성 측면에서 마른 수건의 물을 계속 짜다 보면 수건은 찢어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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