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고온·고열작업에 건설현장을 포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시원한 건설현장을 바라는 퍼포먼스를 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모습. <이재 기자>

서울지역 건설노동자인 A씨는 최근 일하는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병원에 들러 자택으로 귀가했지만 배우자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해 검사한 결과 뇌경색으로 밝혀졌다. 그가 건설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장마가 끝난 뒤 건설노동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폭염에 노출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가 연일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생명·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온·고열작업에 건설현장을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고온·고열로 작업중지가 가능하지만, 건설현장은 관련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뜨거운 건설현장, 휴게시설 유명무실

26년간 철근공으로 일한 장석문씨는 “폭염에 그늘막 하나 없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쉬지도 못하고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며 “공사현장 철근이 뜨겁게 달궈질 뿐 아니라 작업상 데크플레이트 공정으로 일하면 양철판 위에서 일하는 셈이라 바닥이 뜨겁게 달궈진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현장에서 쉴 곳은 거의 없다는 증언이다. 형틀목수로 일하는 이창배씨는 “건설현장에서는 45분 일하고 15분 쉬는데 그늘막이 있는 쉼터가 10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설치된 휴게시설에도 에어컨 같은 설비가 부족하고 30명 내외가 들어갈 정도의 그늘막에 대형 선풍기만 설치한 현장이 많다고 호소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20명 이상 사업장(공사액 20억원 이상)은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휴게시설의 면적만 정했을 뿐 공사면적당 휴게시설 설치 의무는 없어 쉴 곳이 부족하다.

노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건설노동자 3천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염기 건설현장 설문조사 결과 따르면 작업 위치와 휴게실 거리를 묻는 질문에 휴게실이 없거나 너무 멀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응답이 604명(24.9%)에 달했다. 이어 50미터 이내(24.1%), 100미터 이내(20.8%), 20미터 이내(14.4%) 순이다.

건설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고온·고열작업에 건설현장을 포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재 기자>
▲건설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고온·고열작업에 건설현장을 포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재 기자>

폭염 작업중단 비율 급감, 건설노조 탄압 영향인가

눈에 띄는 대목은 폭염 관련 작업중단 여부다.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된 사례를 물은 질문에 응답자 2천424명 중 1천981명(81.7%)이 “중단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폭염으로 작업을 중단했다는 답은 443명(18.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설문과 비교해 편차가 크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 1천135명 중 작업을 중단했다는 답은 471명(41.5%)이었다. 올해 들어 작업 중단 비율이 크게 준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한수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수석부위원장)은 “냉방시설과 휴게시설 만들어 달라는 노조를 현 정권의 무지막지한 힘을 등에 업은 건설자본이 묵살하는 현실이 무섭지만, 건설노동자가 죽지 않고 온전히 귀가할 수 있는 현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