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센터 및 실내작업장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임세웅 기자>

쿠팡 물류센터가 노동자들에게 폭염에 따른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온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안전보건공단 폭염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섭씨 33도인 경우 하루 1회 15분, 체감온도가 섭씨 35도인 경우 하루 1회 20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사용자만 체감온도 측정할 수 있다?
온습도계 들고 출근하면 보안 규정 위반으로 징계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류센터 및 실내작업장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실제로 현장에서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회는 쿠팡이 체감온도를 자의적으로 제어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3일 쿠팡 인천4센터에서 사측이 온습도계 아래 부착한 체감온도 선출방식으로 체감온도가 33도가 나왔지만 휴식시간 부여는 없었다. 지회의 항의에 사측은 안전보건공단 가이드에 따른 수식을 사용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체감온도는 32.9도라고 했다. 사측이 보여준 수식을 살펴보면 기상청의 수식이다. 수식에는 습도가 100%일 때를 가정한 온도인 습구온도가 필요하다. 지회는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습구온도계가 사측에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회의 항의 이후 회사에 붙여놨던 체감온도 산출표를 떼 버렸다.

지회는 현장에 부착된 사측의 온습도계가 현장과 떨어져 있어 제대로 된 환경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하는 ‘현장 온도 감시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쿠팡은 이를 금지한다. 온습도계를 현장 방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현장 온도감시단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정 지회장은 “온도 감시단 활동을 하겠다고 했더니, 사측은 이 활동이 보안 규정 위반이니 징계하겠다고 지난달 교섭자리에서 이야기했다”며 “회사는 폭염에 따른 휴게시간 부여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회사 마음대로, 선택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측은 온습도계는 모두 현장에 부착이 돼 있고, 현장에서 일할 때 방해가 되는 물품들은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쿠팡대책위 제도개선TF에서 활동하는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핵심은 날씨의 영향으로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를 ‘고열작업’으로 포함하도록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현행법령에서 고열작업은 열을 사용하는 작업, 작업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로만 한정해 날씨로 인해 더워지는 물류센터는 제외된다. 오민애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열경련, 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덥고 뜨거운 장소”라는 조항을 넣을 것을 제시했다. 열과 한랭으로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위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을 넣자고 제안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해도 비슷한 내용으로 제안했었지만, 변한 게 거의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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