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무더위가 심각해지고 있다.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다들 지치고 힘들다. 또다시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 에어컨도 없는 실내에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 그리고 열을 다루는 제조업의 노동자들, 거리에서 배달을 해야 하는 라이더나 택배노동자들 모두에게 힘든 계절이다. 우리 사회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잠깐 관심을 갖다가 무더위가 가시면 잊어버린다.

무더위가 몰아닥칠 때에는 물·그늘·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당초 실외작업자가 아닌 실내에서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규정은 없었다. 2022년 쿠팡노동자들이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본사를 점거하고, 서울 본사에서 동탄센터까지 걸었다. 그 결과 일부 쿠팡 물류센터에는 에어컨이 설치됐고, 실내작업자에게도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다시 여름이 돌아온 지금, 여전히 대다수 쿠팡 물류센터에는 에어컨이 없고 쉬는 시간은 쿠팡 마음대로 주다 말다 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체감온도가 33도가 넘을 때 점심시간 60분에서 10분을 떼어서 휴게시간을 주는 센터도 있으며, 4시간에 15분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센터도 있다. 그러나 아예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 센터가 많다. 그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강제력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그저 기업의 상식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지금 쿠팡은 그런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실내작업자에게도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시행규칙이 강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게시간은 온열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쿠팡은 건물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전기 공급 문제로 냉방시설 설치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선풍기도 있고, 얼음물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선풍기는 실내 온도가 일정한 기온 이상으로 올라가면 쓸모가 없고 얼음물도 체온을 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물류센터는 노동강도가 중등도 이상이므로 적어도 45분 일하면 15분은 시원한 환경에서 쉬어야 온열질환이 예방된다. 휴게시간은 지금이라도 쿠팡이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쿠팡이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휴게시간 보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물량을 시간 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그러나 물량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잘 쉬어야 물량도 제대로 처리된다. 쿠팡노동자들은 쿠팡의 문제는 바로 ‘조직문화’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보다 물량을 우선하는 조직문화,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조직문화가 사람들이 죽어 나가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쿠팡은 지금도 휴게시간을 달라고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면서 언론에만 폭염대책을 마련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쿠팡의 이런 태도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 없는 날’이 만들어졌다. 365일 배송시스템이 돌아가는 현실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택배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를 주자는 제안에 민간택배사들과 우체국이 참여하고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은 자신들은 택배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주고 있다면서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택배 없는 날’ 다른 택배사들이 영업을 하지 않을 때 쿠팡이 홀로 영업을 해 수익을 독식하게 되면, 택배 없는 날의 취지는 점차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택배노동자들의 하루 쉼마저 쿠팡은 용인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8월1일, 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노동자들은 하루파업을 했다. 이날 쿠팡은 큰 액수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단기직 노동자들을 모아서 물량을 채웠다. 휴게시간을 주고 노동조합과 논의해 환기장치나 장기적으로 냉난방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일 텐데, 쿠팡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이 정신을 차리게 하는 길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우리 사회 시민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적어도 사람이 일하다 죽지는 않아야 한다. 쿠팡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시민 모두가 함께 외치면 좋겠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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