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희 기자

마트노동자들이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동호씨 추모집회를 열었다.

마트산업노조는 2일 오전 코스트코 광명점 앞 추모집회에서 “코스트코는 유족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며 “정규 인력 충원하고 노동환경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형인 김동준씨는 “코스트코 주차장은 ‘ㄷ’자로 되어 있는 한쪽 면이 막힌 공간으로, 바람의 통로를 차단하고 공기의 순환을 방해한다”며 “태양열과 자외선, 차량 엔진열과 매연을 그대로 흡수해 내부 온도는 월등히 상승하는데 다른 마트처럼 산업용 에어컨이나 공기순환 장치가 상시 가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건희 노조 코스트코지회장은 “아직도 전국 현장에서는 계속 인력 쥐어짜기로 사람을 갈아넣고 있다”며 “하남점에서는 단기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마트 입구까지 걸어가 철제 카트에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했다. 동호씨의 선배라고 밝힌 ㄱ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조카 같은 후배였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와 동호씨는 2019년 하남점이 개점할 때부터 함께했다. 동호씨는 입사 후 4년2개월 동안 계산대 업무를 맡았다. ㄱ씨도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친하게 지냈고, 부서를 옮긴 후에도 가끔 같이 밥을 먹었다. 동호씨가 주차장 업무를 하면서 “너무 힘들다. 기력이 없다”고 말했다고 ㄱ씨는 전했다.

동호씨가 일하던 주차장은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외부 온도보다 평균 4~5도 높았다. 고인은 공기순환기도 틀지 않고 시원한 물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에 많게는 4만보를 걸으면서 매시간 200개 정도의 철제 카트를 정리했다.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시 1시간마다 10분~15분의 휴식을 부여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평균 3시간 연속근무를 한 후에야 15분을 쉴 수 있었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코스트코 취업규칙상 카트를 한 번에 6대 이상 끌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동호씨 죽음이 언론에 보도된 뒤 언론보도 후 일부 개선이 있었다. ㄱ씨는 “순환기도 설치됐고 물도 준다. 1시간에 15분씩 순차적으로 쉬게 한다. 원래 카트를 20대씩 끌었는데 6대씩 끌게 됐다”면서도 “다 보여주기식 같다. 몇 개월 뒤면 안 틀어 줄 것 같다. 전기세 아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고인의 형 김동준씨는 미국 코스트코 회장에 메일을 네 차례 보냈다. 김씨는 △감사팀을 파견해 철저히 조사할 것 △모든 코스트코 지점의 근로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 △코스트코 코리아 사장과 관계직원, 하남지점장에 책임을 물을 것 △피해자 가족에 보상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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