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이 임박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12차 전원회의, 13일 13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13차 회의 중 자정을 넘길 경우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14일 2024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1만원을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물가 고공인상에 삶은 팍팍

최저임금위 논의 초기만 해도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컸다. 코로나 상황이던 2022년에 이어 2023년도 최저임금은 5%대 인상률을 기록했고, 올해 최저임금 9천620원에서 3.96%만 인상하면 1만원이 넘는다.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봐도 3.96% 미만 인상된 경우는 손에 꼽는다.

공공요금 인상과 가파른 물가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5.9% 올랐고, 생활물가지수는 2.3%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에 대한 수치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최저임금위 생계비전문위원회의 ‘비혼 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 분석’도 최저임금 인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무주택 1인 가구 노동자 한 달 평균 생계비가 241만1천320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1만원 미만으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노동계 우려가 깊다.

“최저임금 6% 올라도
산입범위 확대로 0.3% 인상”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지 않으면 실질임금이 사실상 하락한다고 본다. 2024년은 2019년 일부 산입되기 시작한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도, 기존에 받던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 인상 증가분보다 많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업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 임금을 인상할 최소한의 유인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이 문제점 꾸준히 주장해 왔고 우려대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자 기본급이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지고, 야간·연장·휴일수당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는 통상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을 밑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1.25배 임금을(월 251만580원, 월 복리후생비 20만원, 월 상여금 30만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내년 최저임금이 6%가량 올라 1만200원이 돼도 실질인상률은 0.3%에 그친다. 노동계가 1만2천원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노동계는 2차 수정안으로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 실태조사와 지난해 반영하지 못한 물가인상률 0.6%를 반영한 1만2천원을 제시했다. 재계는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9천700원을 제안했다.

11일 열리는 최저임금위 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의 3차 수정안이 공개될 예정인데, 2천300원이라는 간극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예년처럼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 구간 사이 특정 금액을 제시하고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2023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산식(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취업자 증가율) 대로 결정됐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는데 공익위원 산식은 이런 요인을 반영하지 않아 노동계 비판을 받아 왔다. 전망치를 가지고 최저임금을 결정할 경우 과소 전망된 수치를 차후 반영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위위원 산식 또 등장하나
“생산성임금 적용시 불평등 심화”

공익위원 산식이 올해도 적용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식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지 않는다. 한 언론사가 보도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과 일치한다.

정부는 이달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1.6%에서 0.2%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소비자 물가도 3.5%에서 3.3%로 내렸다. 반면 정부는 취업자수 전망은 10만명(0.36%)에서 32만명(1.14%) 상향했다. 공익위원 산식(1.4+3.3-1.14)에 대입하면 3.56%으로 343원 인상안이다. 9천963원으로 1만원이 안 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소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9천800원~9천900원 수준으로 올리려는 경영계와 정부의 암묵적인 담합이 있지 않나 싶다”며 “올해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연구제안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전에 최저임금의 합리적 산출방식이나 논의 구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했다”며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산식을 도출하든지 과거 관례에서 따라 공익위원이 냈던 규칙(임금인상률과 관련된 결정 지표, 소득분배 개선치 등)대로 가야 하는데, 노동계가 가장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생산성임금제를 산식으로 쓰고 있다”며 “생산성만큼 임금이 오르면 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생산성임금은 1인당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과거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쓰던 방식이다. 재계의 오랜 주장이기도 하다. 한국경총은 2006년 ‘예상 경제 성장률+GDP디플레이터 상승률(명목GDP에서 실질GDP를 나눈 비율로 물가지표 중 하나)-예상 취업자 증가율’로 적정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결정방식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최저임금의 목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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