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13년차 생산직 이형주(38)씨의 지난해 8월 임금은 224만3천원이다. 2018년부터 동결됐던 기본급(자기계발비 등 포함)이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6만원 인상됐다. 하지만 이씨의 같은해 11월 임금은 겨우 1만1천원 오른 225만4천원에 불과했다.

‘조정수당’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측은 최저임금 미달분을 조정수당으로 보전해 왔다. 지난해 8월 기준 이씨의 임금은 기본급(134만1천600원)에 21개 수당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9가지 수당을 더해도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해 조정수당 5만2천796원을 받았다. 이후 기본급 6만원 인상으로 최저임금에 맞춰지자 사측은 조정수당을 없앴다. 그야말로 임금인상이 있었는데, 없었다.

올해 4월 기준 이씨는 또다시 조정수당 3만9천218원을 받고 있다. 전년 대비 올해 최저시급이 460원 인상되면서 최저임금 미달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 4일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을 제시했다. 이씨는 “르노코리아 경우 호봉제가 폐지돼 임금을 올릴 방법은 협상뿐인데 이대로 확정된다면 사실상 올해도 임금동결”이라며 “물가도 금리도 올랐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금이 5만원 인상하면 사측이 조정수당을 또 없앨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0명 중 1명이 조정수당 받아

7일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에 따르면, 이씨처럼 조정수당을 받는 생산직은 지난 3월 기준 158명이다. 전체 현장직 1천918명의 8.2%, 10명 중 1명꼴이다. 총 조정수당 금액은 1억8천921만원에 달한다.

조정수당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이후 생겼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임금을 올리지 않았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뿐 아니라 명칭 불문 매월 지급하는 수당을 최저임금으로 산입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했기 때문이다. 임금이 정체되면서 저연차 중심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이 발생했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미달분을 임금인상이 아닌 조정수당으로 채웠다.

정종훈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 정책실장은 “전체 임금인상 규모를 줄이려는 꼼수”라며 “전체적으로 임금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사측에게 기본급이 아닌 각종 수당으로 임금체계를 좌우할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역전현상까지

이뿐만이 아니다. 조정수당으로 임금체계 자체가 엉망이 됐다. 조정수당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서 일부 구간에서 임금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임금이 적은 저연차는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조정수당을 받는데, 고연차보다 통상임금이 높아지기도 한다. 올해 르노코리아자동차 연차별 통상시급을 보면 15년차는 8천972원, 16년차는 8천889원, 17년차는 8천734원으로 역전됐다.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수당의 기준이다. 잔업·특근으로 시간외 수당(통상임금 1.5배)을 받으면 역전현상은 더 심해진다. 르노코리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이후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대표적 사업장이다. 지난해 기준 최저시급(9천160원)을 적용받는 계약직이 20년차 정규직(통상시급 9천77원)보다 더 많은 시간외 수당을 받고 있다. 김영진 지회 사무국장은 “근속년수나 그동안 오른 호봉도 무의미하게 모두 최저임금 선에 맞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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