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일반노조

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며 지난 3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사태가 석 달 넘게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오히려 자신을 비판한 경비원들의 집회·시위를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문제 해결을 바라는 입주민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달 29일 아파트 관리소장 안아무개씨가 이길재 전 경비대장과 박현수 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 거주자가 아닌 아파트 관리소장이 직접 사생활의 평온을 피보전 권리로 주장할 여지가 없고 집회로 채권자(관리소장)의 업무가 직접적으로 방해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경위와 호소문, 표현의 수위 등을 보면 현수막에 기재된 표현들이 명예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14일 70대 경비원 박아무개씨가 관리소장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사망해 촉발됐다. 이후 동료 경비원들은 관리소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여왔다. 2년3개월 동안 근무한 이길재 경비대장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같은달 해고됐다. 관리소장은 지난달 11일 아파트 울타리에서 50미터 이내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했다. 1일 100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의 권리 찾기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입주자 대표회의는 그런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논란이다. 입주민 71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관리소장의 도덕적 해이와 선을 넘는 월권행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경비원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있어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은 감수하고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달 말 아파트 입주자 게시판에 “민주노총의 시위에 많은 주민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정체불명 주민 일동이 민주노총을 아파트로 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주장을 게재했다. 또 다른 유인물에는 일부 입주민들의 성씨와 초성까지 거론했는데, 주민들에게 탄원서 제출 때문에 법원 결정이 연기됐다는 잘못된 주장도 버젓이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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