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오후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고 양회동 지대장의 영정을 들고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의날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건설현장 현실 외면하는 원희룡은 사퇴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건설노동자들이 15일 오후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와 건설기업노조·플랜트건설노조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4천여명이 집결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건설업 종사자의 화합을 위해 만든 ‘건설의 날’은 18일이지만 정부는 이날 대한건설협회 등과 함께 건설회관에서 같은 시간 기념식을 열었다.

장옥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 건설노동자를 죽였다”며 “(정권은) 교섭을 요구하면 강요라 하고, 합법 집회를 하면 협박범이라 하고,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건설현장 안전조치를 요구하면 공갈이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설자본엔 관대하고 불법을 자행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자본을 위한 일은 어떠한 것이라도 한다”며 “노조의 씨를 말리고 건설자본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규탄 결의대회에 참여한 고야노 다케시 전일본건설운송연대노조 서기장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일본과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도 우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2018년 이후 파업을 위력적 업무방해라며 탄압해 체포하고 건설 관련 노조를 반사회적 조폭 집단으로 매도한다는 것이다. 고야노 서기장은 “2018년 이후 80여명이 체포당해 기소됐고 200여명 이상이 공갈범이라며 부당한 조사를 받고 있고 가족을 통한 노조 탈퇴 회유까지 있다”고 말했다. 고야노 서기장은 노동절 아침 분신해 이튿날 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경찰은 집회 장소를 둘러싸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압박했다. 결의대회 인근을 펜스로 둘러싸고 인도까지 펜스를 펼친 경찰은 참가자들에게 정해진 집회장소를 지키라며 지속해서 방송으로 경고하고 채증을 실시했다.

한편 장옥기 위원장은 고 양 3지대장 장례절차를 확정함에 따라 발인 이튿날인 22일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달 16~17일 노조가 개최한 노숙농성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다며 지금까지 다섯 차례 소환을 통보했다. 경찰은 장 위원장이 장례를 마친 뒤 자진출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집시법 위반 혐의로는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강조하는 등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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