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추모제에서 고인의 친형인 양회선씨가 발언하고 있다. 
▲17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추모제에서 고인의 친형인 양회선씨가 발언하고 있다. 

건설노조 강압수사에 항거해 분신사망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장례가 시작됐다. 유가족은 고인의 죽음에 기획분신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말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양회선씨 “동생 뜻 받들어 계속 나아가겠다”

고 양 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양회동열사 범시민 추모제’에서 “(원 장관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며 “동생과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생각이 아직도 없느냐”고 말했다. 양씨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 장관은 여전히 (고 양 3지대장 죽음에) 의구심이 든다고 답변했는데 분신이 있었던 장소를 찾아 사실을 살피기는 했느냐”며 “동생의 죽음마저도 왜곡하고 사과는커녕 동생의 명예를 더럽히고 동생과 유가족에게 2·3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윤석열 정권에 맞선 투쟁을 다짐했다. 그는 “(원 장관은) 더 이상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와 싸우지 말고 제발 힘 있는 사람을 상대로 정의를 위해 한 번이라도 싸우라”며 “동생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도 명예회복을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노동절 아침 분신해 이튿날 사망한 고 양 3지대장 장례 첫 일정이다. 유가족과 건설노조는 고 양 3지대장 장례절차를 윤석열 대통령 사과, 원희룡 장관 사퇴, 노조탄압 중단 같은 조치가 나온 뒤 치르려 했다. 그러나 대정부투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장례를 무한정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사망 47일째인 이날부터 21일까지 노동시민사회장을 거행하기로 했다.

양경수 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끌어내리자”

이날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는 고 양 3지대장의 유지를 이어 퇴행적 노동정책과 집회·시위의 자유 훼손, 불평등 확산 같은 정책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김건수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 시대를 사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노조와 싸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노조를 지키는 대통령, 불평등과 싸우는 대통령”이라며 “비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제도 자체와 싸우는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청년이 누구의 편에 섰냐는 물음이 많다”며 “청년 핑계 대며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 등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고 양 3지대장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5년 전 이곳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며 “정당한 노조활동을 통해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을 바꾸고 노동환경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힘쓴 동지를 건폭으로 낙인찍은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폭력배”라고 꼬집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조를 공격하고 건설노조를 탄압한 윤석열 정권이 화살과 칼날을 이제 시민사회와 언론으로 돌리고 있다”며 “저 못된 놈을 반드시 끌어내리고, 건설노조를 자랑스럽게 지키고,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노동자 대오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장례일정을 만들자”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회동 열사가 염원한 세상,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노동자와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겠다”며 “장례를 잘 마무리하고 2차 총파업을 진행해 이 사회의 불평등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향으로 행진했다.

▲ 이재 기자
▲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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