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 4명 중 1명만 근로자대표가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사협의회 운영에 대해서도 10명 중 6명 이상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근로자대표·노사협의회가 실질적인 노동자 이해대변기구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제도 개편은 노사 대등성 확보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대표 비정규직 17.7%·5명 미만 9%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20일부터 4월28일까지 전국 노동자·시민을 대상으로 임금·노동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총 응답자 7천509명 중 사업주와 무직자, 노조 조합원을 제외하고 5천377명이 답변한 내용을 분석했다.

근로자대표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있다”고 답한 경우는 24.2%였다.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경우가 67.5%였다. 근로자대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례연장근로제, 재량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유급휴가 대체 등에 대한 서면합의의 주체다.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이 35.3%로 가장 많았다. 직접선거(10.7%), 회사 지명(4.3%), 간접선거(2.2%), 회사지명 후 선거(1.7%) 순으로 나와 선출방식부터 민주성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대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중요한 이해대변의 주체지만 오히려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그 역할이 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대표 유무에 대해 정규직은 27.6%가 “있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은 17.7%만 “있다”고 답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9%로, 300명 이상 사업장(47.7%)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노사협의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협의회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30명 이상 사업장에서 ‘노사협의회가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29.2%에 불과했다.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경우는 65.9%였다.

공성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근로자대표는 각종 유연근무제 서면합의 주체이지만 선출절차나 임기 등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사협의회도 노동자 이해대변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대표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모두 ‘노사 대등성 확보’를 할 수 있을지,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형태별·사업장 규모별 ‘쉴 권리’ 차별도 드러나

비정규직,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도 조사를 통해 다시금 확인됐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정규직은 76.3%, 비정규직은 39.2%였다. 5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는 42%에 불과했다.

연차휴가도 마찬가지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미사용 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정규직 46.7%, 비정규직 34.2%였다. 5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는 30.4%에 그쳤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미조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문제를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업장 상시노동자수로 법적 권리를 차별받는 것도 모자라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건을 협의·교섭할 수 있는 제도에서도 차별받고 있다”며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노조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