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탄압대응 100인 변호인단과 건설노조가 18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건설노조에 적용된 주요 혐의와 문제점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사망 이후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의적 판단과 건설사 진술에 의존한 채 수사를 개시하고 영장을 청구한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불법 집단’이라는 프레임에 짜맞추기 위해 무리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혐의없음’ 판단하고 올해 재수사?
“협박 안했지만 지장 우려돼” 영장청구

‘건설노조 탄압 대응 100인 변호인단’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접객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노동절에 분신해 다음날 사망한 고 양 3지대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100인 변호인단은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과 수사가 이어지자 법률 대응을 위해 지난달 6일 발족했다.

지난해 말 경찰의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단속’ 발표 이후 실적 내기에 급급해 지난해 불송치결정한 사건인데도 최근 수사를 개시하고, 협박 사실은 없지만 회사운영에 지장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인단이 밝힌 사례를 보면 지난해 10월 수사기관이 불송치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 최근 일부 내용을 추가해 조합원에 대한 고소장이 재접수돼 수사가 개시됐다. 2021년 9월 노조의 강요죄 혐의에 사측이 고소를 취하했는데도 올해 4월 조합원 1명을 강요 혐의로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함승용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경찰이 불송치결정한 사안에 대해 기초적 사실관계 변경이나 추가 물적 증거가 없는데 수사를 개시한 것은 수사개시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 1년 이상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정부가 특별단속을 발표한 뒤 수사가 개시됐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변호인단이 공개한 한 압수수색 영장청구서에는 “단체협약시 피해자들에게 협박 또는 해악 등을 가한 사실이 없지만 단협을 체결하지 않거나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을시 위와 같이 행동을 통해 이후 회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정황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적시돼 있다. 협박이나 해악을 가한 사실은 없지만 “묵시적인 해악 내지 강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노조를 불법 집단으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3월 이후부터 경찰의 수사 방향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건설노조에 대한 부정한 금품 관련 혐의점이 나오지 않자 부도덕하고 부정한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조합원 고용과 관련해 의무 없는 행위를 하게 했다며 강요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교섭에서 노사 줄다리기 당연,
전부 불법 낙인찍어선 안 돼”

단체교섭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노사 간 줄다리기’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용와 실업이 반복되는 건설현장 특성과 ‘오야지’의 이른바 ‘똥떼기’(중간착취)가 만연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고용에 관한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에 따라 단협이 체결됐을 때 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노동관계법령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사용자측은 조합원 채용을 배제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때문에 ‘조합원 채용’은 건설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노조의 교섭 과정에서 압력을 가하는 행위를 협박으로 본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며 “헌법상 권리로서 단체교섭 과정에서는 쌍방이 일정한 해악을 고지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오프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사가 단협으로 전임비 지급 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이 노조업무를 하면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급여를 지급받는 것은 적법하다. 건설노조의 요구는 지역산별협약에 따라 체결된 내용을 이행하라는 것이지, 별도로 추가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일단 최대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노조에 대한 혐오표현 문제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후에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로 형사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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