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와 건설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설노조 고 양희동 지대장 분신 관련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제3지대장이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릴 때 현장에 있었던 건설노조 간부 A씨가 가만히 서서 지켜만 봤다”는 것이다. 이어 양씨의 몸에 불이 붙었어도 A씨가 신고하지 않고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는 내용도 있다. 조선일보는 ‘독자제공’이라고 밝히며 당시 현장모습이 담긴 CCTV 영상 갈무리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는 악의적 왜곡보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보도 내용을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실을 왜곡해 악의적 보도를 저질러 혐오 범죄와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분신 말라 설득, 사고 우려해 다가가지 못해”

건설노조는 사건 당시 A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막기 위해 설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양 지대장이 라이터와 휘발성 물질을 들고 있었고 다가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대화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YTN 기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기자들과 A씨는 현재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양씨의 분신이 시작된 후에도 A씨가 약 10초 동안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보도 내용도 반박했다. 김 교육선전국장은 “이미 양 지대장이 동료들에게 메신저로 자신의 결정을 알린 상황이었고, 현장에 없었던 동료 B씨가 A씨에게 ‘(양 지대장을) 어떻게든 말려 보라’고 연락을 했고 이에 대답을 한 상황이었다”며 “열사의 결정을 막으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휴대전화만 들었던 상황을 의도적으로 비틀어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당시 A씨가 양 지대장, B씨와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공개는 어렵다고 했다.

누가 조선일보에 CCTV 자료 제공했나
고개 숙인 언론노조 위원장 “언론인으로서 사과”

건설노조는 CCTV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해당 CCTV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에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해당 공간에 있는 CCTV와 비슷한 각도에서 촬영했는데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CCTV 영상 캡처 사진과 유사한 공간이 찍혔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탄압대응 100인 변호인단으로 참가하고 있는 신선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만약 검찰 소속 직원이 넘겼거나, 독자가 제공했더라도 이를 검찰청에서 입수하고 타인에게 제공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고, 경찰이 제공했으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유출 경위와 관련해 고소·고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기사삭제와 정정보도 청구, 유족과 목격자 A씨에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 부분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일보의 처참한 보도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결여한 허위, 조작, 선동행위라고 규정한다. 양회동 조합원과 그 주변 동기들, 가장 마음 아프실 유족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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