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위원회에서 노동계 인사가 제외되는 일이 반복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정부가 노조 때리기에 건강보험마저 이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3일 재정운영위원 추천 공문을 양대 노총이 아닌 단위노조 130여개에 발송했다.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서 총연맹 배제 시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재정운영위는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공익 위원 각 10명으로 구성되며, 노조는 직장가입자위원 5명을 추천할 수 있다. 이에 양대 노총에서 각 1명, 공공운수노조·공공연맹·의료노련에서 각 1명이 직장가입자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2000년 재정운영위가 구성된 이래 20년 가까이 비슷한 구성을 유지해 왔는데, 돌연 총연맹 추천 위원들을 배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양대 노총은 복지부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위원회에서 법적 근거 및 사전 협의도 없이 총연맹을 배제한 복지부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기존대로 총연맹에서 위원을 추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복지부는 공식사과하고 직장가입자 대표성을 인정하는 추천 과정을 다시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재정운영위 구성도 한참 늦었다. 연말이나 연초쯤 위원을 추천받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3~4개월가량 늦어진 셈이다. 이에 재정운영위 핵심인 내년 건강보험요양급여수가 인상률 회의를 앞두고 직장가입자 위원 힘 빼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건강보험 협상을 장악해 보장성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위원회서 사라지는 양대 노총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패싱하고 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민주노총 추천위원을 해촉했다. 노동자·사용자·지역가입자가 추천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비상근 전문위원 6명 중 3명을 금융투자업계 등 전문가단체 추천을 받도록 운영규정을 개정한 데 반발하는 과정에서 기물을 던졌다는 이유다.

복지부뿐만이 아니다. 교육부 자격정책심의회에서도 노조 추천 인사를 거부했다. 자격정책기본법상 자격정책심의회엔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는 노동계 대표 3명이 참여한다. 통상 한국노총에서 사무총장이 참여해 왔는데, 최근 노동부에서 ‘총연맹 소속이 아닌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며 재추천을 요청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고령화위원회·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대통령직속위원회에서 노동계 참여가 배제됐다. 전 정부에서 노동계가 참여했던 일자리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경제교육관리위원회는 종료됐다.

정부는 위원 임기가 만료돼 구성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추천 위원을 빼는 방식으로 양대 노총을 배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정부위원회가 50~60개에 달하는 만큼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장기요양위원회도 올 초 추천 공문이 왔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안 왔다”며 “국민연금공단 비상임이사인 근로자대표위원 교체 공문을 보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노조 회계를 문제 삼아 보조금 사업에서 제외하면서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협조 안 하는 것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라며 “일상적인 논의조차 막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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