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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과세계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면 근로손실일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으로 파업이 폭증할 것이라는 정부·여당과 재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향신문 별관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된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비정규직 단체교섭 확산하면 근로손실일수 더 준다

이날 노사관계 전문가 노조법 2조 개정의 의미를 분석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세계 36개국의 단체협약 적용률과 근로손실일수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의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근로손실일수는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노조법을 제정한 1997년부터 2019년까지의 단체협약 적용률과 근로손실일수를 분석한 결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근로손실일수는 13만2천200일 줄었다. 1997~2019년 우리나라 평균 단체협약 적용률은 11.9%로, 매년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88만2천800일이다. 2019년 기준 국내 단체협약 적용률은 15.6%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근로계약과 무관하게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하는 자에게 사용자 의무를 부여한다. 원청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하청노동자나 아예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특수고용직 같은 비정규노동 영역에서 단체교섭이 확산하고, 단체협약 적용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과 재계는 “파업천지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냈지만 실제 영향은 다른 셈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여당과 재계의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가 노사관계 혼란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고용노동부나 경영계 주장대로라면 근로계약을 맺은 자만 사용자라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대법원 판결로 폐기된 구시대적 주장”이라며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한다고 할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시”라고 설명했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 옛법 규정 복원해 분쟁해결 길 연 것”

쟁의행위 개념 확대로 파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이익분쟁에 한했던 쟁의행위 정의를 권리분쟁으로 확대했다. 이익분쟁은 노조가 사용자에게 단체협약을 새롭게 체결할 것을 요구하거나 기존 규정을 개정하는 요구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다. 권리분쟁은 기존 단협이나 노동법을 사용자가 위반하거나 노조와 다르게 해석해 이를 지키지 않을 때 발생하는 분쟁이다. 정 원장은 “권리분쟁은 옛 노동쟁의조정법의 규정을 되살린 것”이라며 “그간 봉쇄했던 권리분쟁을 노동쟁의 범주에 포함해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길을 열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진 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조법 2조는 노조 쟁의행위 대상을 좁혀 노조의 역할도 축소해 왔다”며 “그간 이익분쟁만 쟁의행위 대상으로 인정하고 권리분쟁은 사법적 영역에서 다루도록 해 노조활동을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으로만 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의 삶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교섭으로 해결하는 게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정리해고같이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회사 경영상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쟁의행위 대상이 되지 못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노조법 개정안은 정부·여당과 재계의 표현처럼 파업 조장법이 아니라 교섭 촉진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택배노조가 보수언론의 표현처럼 극단적 투쟁인 농성에 돌입한 것은 진짜 사장이 우리와 책임 있게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당시 노조법 2·3조가 개정돼 있었다면 CJ대한통운이 사용자성을 부정하지 않고 조기에 교섭에 나서 파업이나 본사 농성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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