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11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56만357일로 나타났다. 노사분규 1건당 평균 지속일은 9일로 2015년 이후 가장 짧았다. 같은 기간 역대 정부의 취임부터 1년7개월여 기간의 평균 근로손실일수 152만2천545일과 비교하면 36.8%에 그쳤다. 고용노동부는 “노사법치로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성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반면 정부가 노사 간 대화를 되레 막았다는 지적과 함께 근로손실일수 감소를 노사갈등 완화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부는 27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10일부터 2023년 11월30일까지 근로손실일수는 56만357일이라고 밝혔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다. 파업 기간 중 파업참가자수와 파업시간을 곱해 하루 노동시간인 8시간 나눈 값이다.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같은 기간 근로손실일수 평균을 내 36.8%라고 강조했다.

장기간 농성이 진행된 포스코 하청사 포운과 한국와이퍼의 합의는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 현장 안착” 사례로 들었다. 노동계가 노동탄압 정책으로 지목한 노조회계 공시, 근로시간면제제도 기획근로감독 등은 노사법치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으로 치켜세웠다.

노동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와이퍼블레이드가 지난해 7월 일방 폐업을 통보하자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분회장 최윤미)는 1년 넘게 고용안정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 갔다. 정부는 노사관계 중재보다 악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경찰이 올해 3월 노동자 농성으로 기기 반출을 하지 못하는 사업주를 돕겠다며, 경력 700여명을 투입했고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최윤미 분회장은 “경찰 폭력사태가 없었으면 더 빨리 합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율적인 노사관계에 개입하려고 했던 윤석열 정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운 노사갈등은 5월 경찰이 농성 중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과잉진압하는 데 발단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고 최근에야 대화를 재개했다.

노사 법치주의로 노사관계가 안정된 것이 아니라 노정관계를 얼어붙게 한 셈이다.

근로손실일수 감소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근로손실일수로 집계되는 파업은 달리 말해 노동자 목소리 표출 방식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약 1년 반 동안 234만9천일이던 근로손실일수는 이명박 정부(122만5천일), 박근혜 정부(119만9천684일)를 거치며 줄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131만6천29일로 늘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차 노동시장에서의 노사관계는 많이 안정화된 측면이 있다”며 “2차 노동시장은 노동자를 조직화하고 파업하기가 어려운 조건으로, 여전히 배고픈데도 참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분규 자체를 범죄시하고 사회악이라든가, 아노미 상태라고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된다. 목소리 표출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근로손실일수 감소 경향을 “불법과 떼법,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현장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머리를 맞대는 상생과 연대의 노사관계 정착”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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