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 오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를 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김영진 소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소위 산회 직후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파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해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밟을 경우 노조법 개정안은 6월 국회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환노위는 15일 오후 환노위 회의실에서 노동법안소위를 열고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첫 안건인 노조법 개정안은 1시간여의 논의 끝에 표결에 부쳐져 찬성 5명, 반대 3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집단 퇴장했다.

쟁점이던 사용자 개념 확대
쟁의행위 범위도 넓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안소위에 네 가지 개정 내용을 들고나왔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책임 범위 설정 의무화, 신원보증인 손해배상 책임 면제안이다. 모두 그대로 소위를 통과했다.

쟁점이던 사용자 정의는 기존 조항 후단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노동쟁의 범위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수정했다. 임금·단체협약 사항으로 한정한 쟁의행위 범위를 구조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 같은 현안까지 확대한 것이다. 법원이 노동자에게 손배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조항도 추가했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요구서를 환노위원장에게 제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에서 퇴장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적 안정성과 예측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고려 없이 밀어붙였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계속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산업현장 평화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노사관계는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하는 협상”이라며 “법 개정으로 삶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노조와 그들과 함께 더 많은 이익을 통해 성장하는 사업자의 평화적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손해배상 청구액 제한 조항이 들어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소위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조활동을 봉쇄하고 위축시키기 위한 손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은 담지 못했다”며 “추가적 입법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우려”, 운동본부 “불완전”
노동계 “노조할 권리 보장 첫걸음”

재계는 우려를, 시민·노동·사회단체는 아쉬움과 환영이 섞인 입장을 냈다. 한국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용자 개념 확대는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용자 범위가 예측불가능하게 확대돼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는 “노동분쟁이 폭증할 것”이라며 “기업할 의지를 꺾고, 기업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자에게 손배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고, 사실상 손배 청구를 제한하게 하는 부당한 입법”이라고 봤다.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불완전한 개정안”이라 평가했다. 그는 “손배 남용을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개별 조합원·단순 파업에 대한 손배 책임 제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노동계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과 2조5호 권리분쟁까지 쟁의범위가 확대된 부분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며 “신속한 상임위 의결과 본회의 처리에 나설 것을 여야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21일 환노위 전체회의 의결 전망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노조법 개정안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안건조정위원회는 16일 오후 열리지만,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 6명으로 구성되고, 재적 3분의 2 동의를 얻으면 법안이 통과한 것으로 본다. 민주당(3석)과 정의당(1석)이 동의하면 국민의힘(2석)이 반대해도 통과가 가능하다.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4월 마지막 주에 법제사법위원회 우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를 뛰어넘는 방식이다. 국회법은 법사위에서 60일간 심사가 없는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환노위는 16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의원 9명과 정의당 의원 1명만으로 표결이 가능하다.

개정안은 30일 뒤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30일 뒤에 본회의 상정 여부를 묻는 표결을 거쳐야 한다. 4월에 법사위를 우회한 개정안은 5월 마지막 주 본회의에서 상정을 위한 표결이 가능하다.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6월 첫 본회의에서 가결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