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 참석 등을 위해 도보 행진을 잠시 멈추고 서울을 찾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눈 뒤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당시 모습을 담은 초상화 속 포즈를 취해 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18년) 암선고를 받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삶에 미련은 없었지만, 해고자로 죽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 평생 한으로 남을 일을 저승까지 가져가면 저승에서인들 내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 말이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서울까지 걷기 시작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걷기를 하루 쉬고 작업복 차림으로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 지도위원은 “조합원들이 같이 싸워서 만들어 낸 식당에서 밥 같이 먹고 박창수·김주익·곽재규·최강서가 일했던 공장들을 돌아보는 그 꿈을 더 늦기 않게 이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김진숙 명예회복 및 복직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이 비단 노사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송경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위원장은 “국가(정부)는 국가폭력의 당사자이자 불법부당한 해고의 원인 제공자이면서 노사관계로만 책임을 미뤄 왔다”며 “김 지도위원 문제는 국가가 저지른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대한 인정과 사과, 보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 해고 과정을 국가폭력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헌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전 정권의 노동탄압에 대해 헌법적 책임이 있다”며 “과거 대통령은 지금 정부의 국가기관, 즉 국가정보원과 각 행정부처를 이용해 국가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기존 제도와 시스템으로 더 이상 풀 수 없는 막힌 곳을 뚫어 내는 것이 정치”라며 “입법을 통해 그 길을 뚫어 보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개정안, 이른바 ‘김진숙법’을 발의했다.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가 복직을 권고할 경우 해당 기관은 복직과 함께 이에 수반되는 임금과 퇴직금,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민주화운동심의위는 2009년 한진중공업에 김 지도위원 복직을 권고했지만 당시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김 지도위원이 복직투쟁에 나섰지만 한진중공업은 급여·퇴직금 지급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년까지 복직을 거부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1일째 단식농성중인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송경동 시인, 서영섭 신부,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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