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30일 오후 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 촉구 염원을 담은 글을 각자 피켓에 쓰고 있다. <어고은 기자>

“너무 속이 상해서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나왔어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복직이 돼야 본보기가 돼서 대기업도 쉽게 해고를 못 시키고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지난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만난 강명자(58)씨의 말이다. 미싱사로 일하는 강씨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왔다고 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년이 지나서까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친구가 떠올랐다고 한다. 강씨는 “해고가 남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구나 싶었다”며 “노동자 입장에서 (5년 전 광화문광장에서 들었던) 촛값이 아까워요. 과연 지금 이 정부가 촛불정부라고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이 기쁘고 보람 있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같은날 오후 서울 도심에서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과 모든 해고 금지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밝혔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 주최측 추산 500여명의 시민들은 서울역에서 청와대 앞까지 양방향 인도에서 약 50미터 간격을 두고 1명씩 서서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해고 없는 세상, 모든 해고 금지하라” “노동이 기쁘고 보람 있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부당해고 철회! 반드시 복직” 등 각자의 염원을 담은 피켓을 든 채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광화문광장 양방향 인도에는 “도심 내 집회 금지” 현수막과 함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조만간 시위 참가자들을 불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참가자들은 김 지도위원 복직이 ‘해고의 저지선’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8년간 해직생활을 했다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 강호원(55)씨는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회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김진숙 동지의 복직투쟁은 해고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환기한다는 점에서 그 의지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미래를 위해 참여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임종연(50)씨는 “노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다”는 손팻말을 들고 서울 효자로 횡단보도 앞에 섰다. 임씨는 2011년 크레인 고공농성 당시 자녀들과 함께 희망버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10년이 지났는데도 실질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며 “아이들의 미래이자 현실인데 사회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 내 일처럼 나서야 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를 작성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주최측이 마련한 우체통에 넣었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 엽서를 1일 청와대 민원으로 접수할 계획이다.
 

▲ 1월30일 오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마련된 우체통.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었다. <어고은 기자>
▲ 1월30일 오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마련된 우체통.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었다. <어고은 기자>

성미선 공동운영위원장 병원 실려가
청와대 단식단 건강 악화 우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행사에서 송경동 시인은 “촛불로 이뤄 놓은 정권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부당해고가 명백한데도 그 진실 하나가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정세균 국무총리도 만나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만났다. 누구든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외쳤다. 30일 오후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병원에 실려가며 청와대 단식단은 송 시인을 비롯해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3명이 됐다.

오춘상 한의사는 “남은 세 분이 단식을 이어 간다고 하지만 현재도 위험한 상황이고, 앞으로 이분들이 살아가는 데 큰 데미지가 예상되기 때문에 단식을 그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김 지도위원 복직의 키를 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산업은행이 단식을 조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31일 오전 천안에서 출발해 평택역에 도착했다. 이날로 28일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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